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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집토끼’ 이탈과 바이든의 위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지율 위기를 겪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처럼 2로 시작되는 지지율은 아니지면 30%대로 떨어지면서 상황이 만만치 않다. 이달 들어 앞자리 숫자 4를 회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로이터 8월 8∼9일 조사, 40%)도 나왔지만 안심할 게 아니다. 특히 이번엔 집권 2년 후 치르는 중간선거를 3개월 앞두고 있는 만큼 숫자의 무게감이 크다. 바이든 지지율→의회 다수당 확보→바이든 연임의 사이클이 가능할지에 대한 고비가 지금이다.
 
앞서 미국 갤럽의 7월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7월 5∼26일)은 38%로 취임 후 최저였다. 갤럽에 따르면 취임 후 같은 기간의 역대 선출 대통령(연임 때 기간은 제외) 지지율과 비교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낮았다. 그전까진 지미 카터(40%)와 도널드 트럼프(42%)가 최저였다.
 
 ‘신 최저치’라는 조사 결과는 다른 기관에서도 등장한다. NPR과 PBS의 여론조사(7월 11∼17일)에선 바이든 지지율이 36%로 떨어졌는데, 역시 취임 이후 최저 지지율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는 건 경제 때문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공급망 위기와 원자잿값 상승, 유가 상승과 이에 앞선 유동성 투하로 돈 가치가 떨어지면서 벌어진 물가 폭등에 바이든 정부가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타임스(NYT) 여론조사(7월 5∼7일)에선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이 13%에 불과했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민주당·공화당 지지자 별로 분석해보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바이든의 지지율 위기는 지지층 이탈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에 이어 트럼프 정부를 경험한 미국 정치의 특징은 극심한 양극화다. 쉽게 말해 뭘 하건 반대층은 무조건 싫어하고 지지층은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는 극한의 편갈림 현상(extreme political partisanship, 갤럽의 표현)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일 기분이 좋았을 때는 당연히 취임 직후인데 이때(갤럽, 2021년 1월말) 지지율은 과반인 57%였다. 하지만 당시 공화당 지지층의 바이든 국정수행 지지율은 11%에 불과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바이든을 칭찬한 비율은 잘해봐야 10명 중 한 명꼴이라는 얘기다. 지금도 그렇다. 7월 갤럽 조사에선 공화당 지지자 중 단 5%만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즉 바이든의 지지율 위기는 그를 뒷받침해주던 집토끼 일부가 흩어지면서 빚어졌다. 갤럽의 7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바이든 지지율은 78%였는데 이는 최저치다. NPR·PBS의 7월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의 75%가 바이든 국정수행을 지지했는데, 이 역시 같은 기관 조사에서 바이든의 최저치였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취임 초 압도적인 응원을 보냈다. 갤럽 조사에선 ‘98% 지지’라는 눈부신 숫자가 나왔다. 그랬던 집토끼 지지가 70%대로 하락했다. 중도층은 집토끼의 향배로 유추가 가능하다. 집토끼도 줄고 있는데 중도층이 지지를 유지해줄 리가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트럼프’를 기치로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이후 아프간 철수로 외치에서 의문을 불렀고, 인플레 대처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고령(79세)으로 인해 지지층에게 불안감을 주는 문제까지 있다. 민주당 지지자 중 64%가 차기 대선에서 바이든이 아닌 다른 후보를 선호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는데, 후보 교체의 가장 큰 이유가 나이였다. (NYT 7월 조사) 33%가 나이를 지목했다.
 
트럼프의 편가르기와 선동 정치에 화가 났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을 압도적으로 밀었지만, 바이든 정부는 집권 이후 물가 폭등과 원자재난에 지혜롭게 대처하고 있음을 지지자들에게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에선 깜빡깜빡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지지자들이 불안을 느꼈다면 한국에선 대통령의 준비되지 않은 거친 말에 지지층이 불안함을 느꼈다.
 
바이든은 반트럼프로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집권한 후엔 먹고 살기 팍팍하다는 지지층의 불만을 반트럼프로 달랠 수 없었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이명박근혜 정부’에 돌리기만 했던 문재인 정부에 신물이 났던 이들이 정권 교체를 뒷받침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때보다는 낫다’며 비교 기준을 이전 정부로 삼자 이들 역시 혀를 찬다. 또 미국엔 없는 ‘집권당 내란’이 벌어지고 있으니 바이든의 앞 자릿수 3보다 더 낮은 2가 나오는게 당연하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지지층을 답답하게 만들면 정치 동력이 사라진다. 지지층도 흩어지는 데 어떻게 중도층과 반대파까지 설득할 수 있겠는가.

채병건 / 국제외교안보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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