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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문화계의 팬데믹 극복

장연화 사회부 부국장

장연화 사회부 부국장

1899년의 파리, 젊은 영국인과 물랭루주의 여가수는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여가수는 공연 자금을 대기로 한 지역 유지와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폐결핵으로 죽음을 앞에 두고 있던 이 여가수는 결혼식 날이 가까워지자 고민한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으로 삶과 죽음의 길이 나눠진다.  
 
LA에서 브로드웨이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는 팬터지 시어터에서 공연된 뮤지컬 ‘물랭루주’의 이야기다.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하고 배즈 루어먼이 연출한 2001년 뮤지컬 영화를 진짜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뜨거운 조명 아래 귀를 울리는 음악과 고음의 멜로디가 섞인 화려한 무대는 2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게 한다.  
 
공연장인 팬터지 시어터는 마스크를 쓴 관객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마지막 노래에 맞춰 내려오는 커튼을 향해 연신 환호를 보내고 박수를 이어갔다. 조명이 컴컴한 데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관객들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열띤 분위기는 그대로 전달됐나 보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나온 출연진 중에는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격했는지 울컥하는 표정도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 사라졌던 각종 공연 무대가 부활하고 있다. 컴컴했던 극장들도 다시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뮤지컬과 연극 등 라이브 무대도 열리고 있다. 오랜만에 본 공연은 일상으로의 복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줬다.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이들이 지난 3년 간 가장 그리워한 건 관객들의 박수 소리였다고 했다. 무대가 열리고 끝날 때마다 들리는 함성과 박수는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려준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 감상하는 특성상 영화와 공연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다. 모든 공연과 전시회가 줄줄이 취소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유튜브를 이용한 온라인 공연, 가상 공간을 활용한 온라인 전시회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잠깐뿐이었다. 한 공간 안에서 마주하며 느끼는 생생한 감정을 온라인 공연과 전시 관람이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로나 팬데믹이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가장 먼저 복귀를 시도했던 곳도 문화계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이 다시 유행하면서 취소와 연기를 반복했지만, 문화계의 도전은 계속됐다. 이는 주류 문화계뿐만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팬데믹의 여파로 먹고살기 힘들어진 세상에서 문화가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건 쉽지 않다. 특히 공연 관람은 일상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러스의 존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일상생활의 폭을 좁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문화는 우리에게 버티고 살아갈 힘을 준다. 화려한 색채나 무색으로 그려진 그림 작품들은 잠시나마 들여다보는 동안 보는 이들에게 여유를 준다. 또 공연 속 주인공의 스토리에서, 주인공을 돕는 조연의 노래와 합창에서 관객들은 긍정적인 자극을 받고 활력을 얻는다.    
 
LA는 다양한 문화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LA카운티미술관(LACMA)을 시작으로 브로드 뮤지엄, 노턴미술관, 게티박물관 등이 다양한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할리우드에는 뮤지컬을 공연하는 팬터지 시어터가 있고 LA다운타운에는 에머슨 극장이 있다.  
 
유명한 디즈니 콘서트홀에서는 이달에만 한인 단체들이 주최하는 공연이 3개나 열렸거나 열린다. 마스크 착용 규정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한인 사회도 문화 공연을 통해 코로나 시대를 극복할 때가 됐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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