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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갈매기의 꿈, 다시 한 번

글 쓰는 데 필요해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찾아 다시 읽고는 깜짝 놀라는 일이 가끔 있다. 옛날 읽었을 때와 전혀 다른 세계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읽는 것이 아니라, 새로 읽게 된다. 연륜 탓일까?
 
리처드 바크(Richard Bach, 1936-)의 ‘갈매기의 꿈’도 그렇게 새로 읽은 책이다.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수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갈매기의 꿈’을 쓴 리처드 바크는 갈매기 조나단의 생애를 쓰고 자기 타자기를 바닷속에 던져 넣었다잖나. 그걸로 다 썼다는 거지.”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라는 호기심이 일어, 책장을 한참 뒤져 한구석에서 겨우 찾아냈다. 내가 가진 책은 1970년에 처음 발간된 영문판과 1975년에 나온 한글 번역판이다. 그러니까, 거의 50년 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은 것이다. 읽어가노라니 이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의 화면들도 되살아났다. 닐 다이아몬드의 노래를 배경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힘찬 날개짓….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꿈이 없다면 그건 이미 생명이 아니야”라는 구절도 가슴을 찌른다.
 


읽으면서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부끄러웠다. 꿈을 펼치기는커녕, 먹이를 구하기 위해 초라한 ‘생계형 글쟁이’가 되어, 감히 울타리를 벗어날 생각조차 못 하고 꾸역꾸역 살아온 지난날들이 너무도 누추하고 부끄러워, 끊었던 술을 한잔했다. 물론 소시민적 삶의 소소한 행복도 소중하지만, 예술 세계에서 그런 따위의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통할 리 없다.
 
‘갈매기의 꿈’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었으니 다들 읽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전직 비행사였던 작가가 비행에 대한 꿈과 신념을 실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일생을 통해 모든 존재의 초월적 능력을 일깨운 우화형식의 신비주의 소설이다. 우화나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작품으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비견되기도 한다.  
 
단지 먹이를 구하기 위해 하늘을 나는 다른 갈매기와는 달리 비행 그 자체를 사랑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자신의 행복과 더욱 멋지고 값진 삶을 살기 위해 평범한 삶을 거부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저자가 해변을 거닐다가 공중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정식으로 출간되어 5년 만에 700만 부가 판매되었고, 전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미국 문학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였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보다 더 널리 읽히는 불후의 명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열여덟 군데의 출판사로부터 출간을 거절당한 뒤, 1970년 뉴욕 맥밀란 출판사에서 초판이 정식 출간되었다. (참고로 리처드 바크의 Bach는 현대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같은 철자다.)
 
이 작품이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것은 삶의 숭고한 목적을 찾으려는 끊임없는 노력과 인간이 가진 무한한 힘에 대한 사랑 때문일 것이다. 자유를 선택하는 삶의 가치, 인간은 누구나 위대한 가능성을 내면에 간직하고 있다는 깨달음의 메시지….
 
“꿈이 없이 살아가는 생명이 있을까? 꿈이 없다면 그건 이미 생명이 아니야”라는 메시지도 그렇다.
 
그나저나, 꿈이 없으면 생명이 아니라는데, 나는 어떤가? 이제 새삼스레 꿈을 찾아 떠나기엔 너무 늦은 걸까? 꿈을 꾸는데 늦은 때란 없다. 있을 수 없다. 그렇다 ‘꿈꾸러기’에는 나이가 없다. 그렇게 믿는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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