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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우리가 가진 결함이나 결핍, ‘잘못되고’ ‘실격된’ 인간적 요소들이 정체성으로 선언될 때 우리는 비로소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더 이상 동굴에 혼자 있지 않다는 믿음, 개인적인 체험이 아니라 정체성 집단의 체험이라는 생각은 우리의 외로움을 덜어준다. 그러나 정체성 정치에는 명백한 함정이 있다. 대표적인 함정은 오로지 그 정체성을 가진 집단만이 자신들의 존엄과 아름다움에 대해 발언하고, 법적·사회적으로 정당하게 인정받는 방법을 말할 수 있다는 입장에 서는 것이다.
 
김원영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휠체어 장애인 변호사인 저자는 연극배우·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다.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장애인만이 장애인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장애인만이 장애인의 매력을 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은 그 정체성을 공유하지 않는… 구성원 모두를 장애에 관한 논쟁, 이를테면 ‘잘못된 삶’ 소송을 둘러싼 공적 논쟁에서 배제한다.” ‘당사자주의’의 한계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다.
 
저자는 “권리를 발명하고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결코 해결되지 않는 매력 불평등의 문제”도 주목한다. “우리의 노력으로 평등을 위한 법과 윤리, ‘정치적으로 올바른’ 일상의 규범을 구축해 나가더라도, 매력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이 소외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말하자면 완전한 ‘매력차별금지법(도덕)’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신체에 대한 혐오야말로 그 존재에 대한 진정한 부정이고, 그에 대한 무심함이야말로 그 존재에 대한 완전한 무시가 아닐까.”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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