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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문화와 평화

문화는 주로 자연의 상대어로 사용됩니다. 달리 말하자면 문화는 자연적인 상태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인간이 인위적으로 행하는 모든 것은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의 영어인 CULTURE는 ‘경작하다, 재배하다’에서 온 말로 보고 있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기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냥보다는 유목 상태가 유목 생활보다는 정착 생활이 문화의 의미를 더 잘 알게 합니다. 문화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서 도구를 사용하고, 이를 전승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를 ‘발전’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끊임없이 인간의 문화가 발전되어 온 것과 관련이 깊을 것입니다.
 
문화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졌던 문화 인류학자들은 자연과 문화의 경계, 즉 문화의 시작에 관하여 관심이 많았습니다. 원시사회가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오지를 찾아가거나 정글이나 산속, 섬에 고립된 마을을 찾아서 마치 석기 시대 같은 흔적을 찾기도 하였습니다. 인간의 시작, 즉 문화의 시작이 궁금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물질적인 문명은 매우 뒤처져 있던 곳이지만 정신적인 면은 뒤처지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인류의 지혜가 오히려 깊게 성숙되고 남아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단적인 예로 지금도 많은 영적 학자 또는 수행자들이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아프리카의 주민들에게서 배운 지혜의 말씀을 책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물질문명의 발달 속에서는 오히려 잊어버렸거나 잃어버린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의 다른 뜻으로는 ‘교양 있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교양이 있다는 것도 자연 상태에서는 멀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식을 배우고, 예술을 즐깁니다. 특히 예술을 향유하는 것을 문화생활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때 문화는 아무래도 고급한 정신문화나 성취문화로 나아가게 됩니다. 문화가 부의 척도처럼 사용되는 것도 예술이나 성취를 위해서는 사회의 경제적, 기술적 수준이 발달해야 하였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도 문화생활을 위해서 공연장을 찾고, 미술관을 찾고, 박물관을 찾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교양을 늘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문화 즉 컬처는 동아시아에서는 한자어 ‘文化’로 번역되었습니다. 한자 문화권에서 원래 사용되었던 의미와는 달리 서양에서 발달한 문화의 개념을 담는 어휘가 되었습니다. 저는 종종 한자의 번역이 기가 막힌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근대 어휘 중 많은 어휘는 일본이 서양문화의 개념어를 번역하여 생겨난 것입니다. 사회, 민주 등의 말이 그렇습니다. 문화도 그중 한 어휘입니다.  
 
 문화를 한자의 의미로 해석해 보면 글로 하는 것 말로 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글이나 말로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나타낼까요? 우선 우리의 많은 문화적 산물이 말이나 글을 통해서 전승된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말이 없었다면 문화는 발전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리고 글을 통해서 기존의 지식이 축적되어 놀라운 발전을 이루게 되었을 것입니다.  
 
한편 문화의 해석을 말로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말에서도 말로 하자, 말로 하라는 말은 주먹으로 해결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게 됩니다. 즉 싸우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문화는 싸우지 말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상태라면 화가 나면 싸우는 것이 정상이었을 겁니다. 배가 고프면 빼앗아 먹고,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혈투도 벌였을 겁니다. 그게 자연 상태였을 겁니다. 하지만 자연을 벗어난 인간은 서로 협동하고 싸우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저는 문화를 달리 말하면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적인 인간이 되고 싶다면 싸우면 안 됩니다. 남에게 상처를 주고 해치면 문화가 아닙니다. 문화는 평화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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