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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할머니의 마을 잔치

아직도 기억한다. 할머니가 복날 집에서 기르던 개를 잡아서 마을 할머니들을 모아 개고기 파티를 열던 모습을 말이다. 할머니들은 함지박 둘레에 앉아서 개고기를 소금에 찍어서 먹기 시작했다. 막걸리를 주고받으면서. 금세 개 한 마리를 다 먹어 치웠다. 얼굴이 불그스레 달아오른 할머니들은 “아이고 잘 먹었다, 소질 껐네”라고 말했다. 소질이란 황해도 사투리로 ‘무엇을 먹고 싶은 욕망’을 뜻한다. 당시 열다섯 살이던 나는 의아했다. 아니 엊그제까지도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던 개를 어떻게 잡아먹을까. 억센 할머니는 집에서 왕이었다. 할아버지는 물론 누구도 그의 주장을 거역할 수 없었다.  
 
한국 국회에서 개 식용 금지를 왜 입법하지 못하는가 답답하다. 국민 대다수가 입법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개고기 식용은 개인의 자유라고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우리 할머니처럼 소, 돼지, 닭을 먹는데 개고기 먹은 것을 가지고 호들갑 떨지 말라고 반문하는 쪽도 있다고 한다. 국민의 의견 수렴이 되지 않으니 국회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한국 정부는 개 식용 금지법을 원치 않는 소수의 국민에 얽매이지 말고 하루속히 법을 만들기를 바란다.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은 이제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개고기를 먹는 국민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는 소, 돼지, 닭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는 사람과 같이 살아온 반려동물이다.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개를 기르지 않는다. 개를 기르면 가족 한 명이 늘어나는 것처럼 손이 많이 가고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꺼리고 있다.
 
대신 우리 집에는 장난감 개가 있다. 손녀가 선물로 준 푸들이다. 말썽부리지 않고 항상 얌전하게 앉아있다. 장난감 제조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인지 진짜 개와 비슷하다. 눈망울도 똘똘하다. 귀가 볼그스레한 것이 손녀가 키우는 강아지 코코와 비슷하고 귀엽다.
 
이 장난감이 살아있는 개라면 먹이를 주어야 하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운동도 시켜줘야 하고, 또 배변도 치워야 한다. 온 방을 모두 헤매고 다니며 개털을 날리고, 예뻐해 달라고 달려 붙을 것이다. 여간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로봇 강아지는 입양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 지면에서 ‘한국의 개 식용 종식 1인치 남았다’는 시리즈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앞으로 한국도 몇 년 더 있으면 개고기를 먹는 인구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개고기를 먹지 않는 나라가 될 것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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