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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 가는 길] 젊은 지휘자의 빛과 그림자

약관의 핀란드 지휘자가 세계 음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의 이름은 클라우스 메켈레(26). 최근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결정됐다. 2020년부터 오슬로 필하모닉, 2021년부터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메켈레는 31세가 되는 2027년부터 RCO의 제8대 수석지휘자 임기를 시작한다. 취임 전까지는 ‘아티스틱 파트너’로서 현재 음악감독이 공석 중인 RCO를 지휘하게 된다. RCO는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세계 오케스트라 순위에서 1위에 올랐던 명문악단이다.  
 
젊은 지휘자가 세계 유수의 악단을 책임진 사례가 드물지는 않다. 당장 RCO의 역사를 살펴봐도 빌럼 멩엘베르흐가 24세 때 수석지휘자로 부임했다. 라파엘 쿠벨릭은 25세 때 체코 필하모닉, 사이먼 래틀도 25세 때 버밍엄 시향, 에사 페카 살로넨은 26세 때 스웨덴방송교향악단,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는 29세 때 버밍엄 시향을 맡았다. 우리나라 정명훈도 31세 때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 커리어를 쌓았다. 그런 정명훈이 “60세 정도 돼야 조금 지휘를 알 것 같다”고 했었다. 그 말대로 지휘는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한 통찰이 필요한 자리다. 젊은 지휘자의 앞에는 숱한 미지의 시간이 놓여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젊은 시절 없이 곧바로 원숙한 지휘자는 없다. 회사에서 ‘신입’을 뽑을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게 ‘경력’이라는 아이러니는 젊은 지휘자들도 체감하는 현실이다. 청중도 오케스트라 단원도 검증된 지휘자를 원하지만 젊은 지휘자도 지휘대에 서야 한다. 이는 양해와 협력을 통해 가능하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에 부임한 김은선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재학 시 한 학기에 최소 세 번 프로 오케스트라들을 지휘할 수 있었고, 이때 많이 ‘깨지며’ 배운 경험이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 제도도 경험 많은 지휘자로 성장하는 궤도에 안착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은선 지휘자는 리옹 오페라에서 키릴 페트렌코(현 베를린 필 음악감독)의 부지휘자로 일한 경험이 지금의 성장에 큰 도움과 영감이 됐다고 말했다. 정명훈도 LA필하모닉에서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부지휘자로 있으면서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안전한 경험을 담보하는 익숙하고 검증된 무대만 찾는 청중의 보수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부딪쳐서 깨지며 성장하는 젊은 지휘자들의 무대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마침 비올리스트 겸 지휘자 이승원(32)이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의 부지휘자로 선정돼 오는 9월부터 활동한다는 소식이다. 젊은 지휘자, 부지휘자들의 건투를 빈다. 그들이 향후 좋은 지휘자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점검하고 확충해 나갈 때다.



류태형 /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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