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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펫팸 ] 변화의 기로에 선 한국 동물병원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여러 해 동안 한국을 찾지 못했던 많은 교포가 올여름 한국을 찾고 있다. 필자도 4년 만에 한국을 방문, 그동안 그리웠던 지인들을 만나 회포를 풀었다. 그중에는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지인들도 여럿 있었다. 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한국 동물병원 업계의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원래 있던 자리의 동물병원 몇몇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주변엔 또 다른 간판을 단 동물병원이 둥지를 틀었다. 미국의 경우 필자가 사는 뉴저지 도시의 동물병원은 몇십년을 한 자리에서 해오고 있다. 그뿐 아니라 주변 도시의 대부분 동물병원이 상호도 바뀌지 않고 명색을 이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한국의 동물병원은 달랐다. 서울 강남에서 동물병원 간판을 발견하는 일은 이제 매우 쉬운 편에 속한다. 반경 몇 마일 안에서도 여러 개의 동물병원이 경쟁하다 보니 운영실적에 따라 몇 년 안에 폐업과 개업을 반복하는 행태가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지인 수의사들은 동물병원 쇼핑을 다니는 보호자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호소했다. 미국에서는 다니던 동물병원이 마음에 안 든다면 옆 타운의 병원으로 옮기는 정도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다양한 한국의 보호자들은 피부질환이 발생해도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진료내용과 진료비, 진료진을 비교한다. 동물병원 비교 앱을 통해 동물병원 쇼핑을 하기도 한다. 한 예로 앱을 통해 중성화 수술에 대해 여러 동물병원의 견적을 받아서 가장 적절한 비용을 제시한 병원을 선택한다. 또한 반려동물의 종별 또는 품종별로 인터넷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다 보니 동호회 글과 댓글을 통해 관련 동물병원의 생존에 큰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동물에도 변화가 있었다. 한국에서 개가 주류였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개와 고양이의 비율은 거의 6:4이고, 지역에 따라서는 5:5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고양이만 대상으로 하는 고양이 전문병원이 상당히 늘었다. 상호 자체를 ‘000 고양이 동물병원’이라고 명명하는 곳도 많았다. 과거 동물병원은 소동물과 대동물로 나누어 진료대상을 정했다. 그러다가 10여년 전부터는 페럿, 토끼, 햄스터 같은 특수동물만 진료하는 병원도 꽤 생기기 시작했고 일반 동물병원은 개와 고양이를 주로 진료했다. 그런데 이제는 스트레스에 민감한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들이 고양이 전문병원에서 다른 종의 반려동물과 섞이지 않고 편안하게  진료받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전문진료 동물병원이 빠르게 자리 잡는 추세다. 심장 진료를 특화한 심장전문 동물병원, 동물 피부과병원, 안과 전문 동물병원, 치과만 전담하는 치과 전문 동물병원들이 그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여전히 단순하게 구분돼 있다. 24시간 진료와 리퍼(refer) 진료를 주로 하는 2차 병원과 반려동물을 구분하지 않고 대부분의 종을 진료하는 일반 동물병원이다.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미국에서 고양이 전문 병원, 심장전문 동물병원, 치과 전문 동물병원들은 앞으로도 쉽게 생기지 않을 듯싶다.  
 


서울의 한 동네 길을 걷다 보니 동물병원 앞에 내걸린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진료를 받다가 사망한 한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1인 시위를 하는 듯 보였다. 소송을 제기한다는 문구도 있었다. 미국은 사람이나 동물에 대한 의료소송이 꽤 흔하게 발생하는 나라다. 과거 수의료소송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웠던 한국도 이제 동물병원에서 발생한 사망사건과 오진 등에 의한 수의료소송이 이어진다고 하니 한국의 수의사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감에 다름없다.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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