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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신학교 활로는 한국어 학위 프로그램

위기의 기독교 대학<3>
백인 신학 지원자 감소하면서
한인 등 타인종 학생 유치 전략

신학교들 생존 위한 자구책으로
한인 교계와 교류하며 학위 개설

한인 교계 신학 저변 확대 가져와
신학교 생존 위한 태생적 한계도

박요셉(49·샌프란시스코) 목사는 얼마 전 소셜미디어에서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등 주류 신학교들의 한국어 프로그램 모집 광고를 봤다.
 
박 목사는 “팬데믹 사태를 거치면서 학교들이 어려워지다 보니 주류 신학교들의 한국어 프로그램 광고가 부쩍 많아졌다”며 “요즘 신학교마다 활로를 찾기 위해 더더욱 유색 인종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모집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학교 및 기독교 학교들은 생존을 위해 캠퍼스 매각만 하는 게 아니다. 한인 등 소수계 학생들을 위해 각국 언어로 신학 학위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백인들의 신학 지원이 감소하자 이를 충원하기 위해 유색 인종 특히 한인을 비롯한 히스패닉 학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라미라다 지역 바이올라대학 산하 탈봇 신학교의 경우 올해 한국어 목회학 박사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의 에디 변 디렉터는 “세상은 우리가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성도들을 잘 이끌 수 있도록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 2020년 1월 덴버신학대학원도 한국어부를 신설했다. 이 대학원은 이번에 캠퍼스까지 매각하는 고든콘웰신학교와 함께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명문 신학교로 알려져 있다. 한국어부는 목회학 석사, 성경 신학 석사, 목회학 박사 과정 등으로 구성됐다.
 
사실 주류 신학교 입장에서 한인 교계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삼기에 적격인 시장이다.
 
한인 교계는 타 커뮤니티와 달리 기독교 인구가 많고 신앙적 열정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게다가 은연중에 학위, 학벌 등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인해 주류 신학교의 졸업장은 신학생, 목회자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은 주류 신학교 입장에서 보면 학생을 유치하는 데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실제 주류 신학교들의 한국어 프로그램 개설은 한동안 봇물이 터지듯 했다. 패서디나 지역 유명 신학교인 풀러신학교를 비롯한 고든콘웰신학교, 웨스트민스터신학교, 트리니티신학교, 아주사신학교, 게이트웨이신학교, 맥코믹신학교, 바키대학원대학교, 뉴올리언스신학교, 미드웨스턴신학교, 멤피스신학교, 센트럴침례신학교, 클레어몬트신학교 등 유수의 신학교들이 한국어 프로그램 및 학위 과정을 속속 개설했다.
 
한국어 프로그램의 명칭도 다양하다. 변혁적 리더십, 목회 선교학, 선교 신학, 한국어 찬양 예배학, 도시선교학, 인텐시브 코스 등 각종 한국어 과정이 잇따라 생겨났다.
 
비단 한국어 프로그램뿐 아니다.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기독교 인구가 급증하자 선교를 명목으로 중국어 관련 프로그램은 물론 히스패닉 및 제3세계 학생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도 있었다.
 
실제 이러한 주류신학교들의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북미신학교협의회(ATS)에 따르면 지난 2021~2022년 미주 지역 신학교에 등록한 아시아계 학생은 총 6982명이었다. 5년 전(2017년·5647명)에 비하면 23% 이상 아시아계 학생이 증가했다. 이는 2018명(5559명), 2019명(5857명), 2020명(6371명) 등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인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5년 사이 1335명이 늘어난 것인데 학생 1명당 1년 평균 학비를 2만 달러로 가정할 경우 약 2670만 달러의 재정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반면, 백인 학생은 2005년(4만7385명)을 정점으로 계속해서 감소하다가 지난 2021~2022년에는 3만8151명으로 약 20% 줄었다. 백인 학생의 감소 부분을 타인종 학생 유치로 어느 정도 메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TS 리사 컨 대변인은 “신학교 운영 및 경영은 불과 10~20년 전 환경과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 “풀타임 교수들이 파트타임으로 속속 전환되고 있고 학교들이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학생 유치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온라인 과정도 많이 개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류 신학교들은 한인 및 한국 교계 관계자들과 교류는 물론 SNS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학위 과정을 이수하면서 동시에 주류 신학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한인 신학 지망생 또는 목회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한인 학생의 지원이 늘어난 것은 한인 교계와 어느 정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주류 신학교의 한국어 과정 개설은 분명 긍정적인 역할을 한 부분이 있다.
 
미드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아시아부 박성진 학장은 “영어 외 언어로 공부해도 교육 수준만 뒷받침된다면 효과는 영어로 배웠을 때와 차이가 없다”며 “주류신학교가 소수계 신학도를 배출해줘야 한다. 이해하기 쉬운 자국어로 신학을 공부해서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인 교계 내에서 신학의 저변 확대는 물론 한국어를 통해서도 주류 신학교의 프로그램을 일정 부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특히 장점으로 꼽힌다.
 
남침례신학교 출신의 유현상(38)씨는 “언어 장벽 때문에 신학을 제대로 공부할 수 없는 한인 이민자들이 주류 신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또 한인 이민 목회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한인 사역자만의 고민을 공감할 수 있고 한국어 프로그램도 점점 발전하면서 어느 정도 한인 교계 신학의 수준을 높인 공로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인 2세 데이브 노 목사는 “여러 신학교가 백인 학생이 감소하자 타인종 학생 유치로 전략을 선회했지만, 오늘날 신학교가 겪는 어려움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며 “한국어 프로그램 등이 하나의 대안을 될 수 있어도 본질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다. 게다가 한국어 과정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는 신학교들이 있다”고 전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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