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열린광장] 빵 만으로는 살 수 없는 인생

한 달 동안 세 곳에서 열린 음악회에 함께했다. CTS합창단에서 주관한 우크리아나 난민 돕기 자선음악회, 이웃한 은혜한인교회 창립 40주년 뮤지컬 ‘King David’,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현지 힐링 콰이어 정기연주회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각각의 연주회는 정성껏 준비되었고,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성원했으며, 앵콜이 쏟아지면서 연주자와 청중들이 함께하는 축제가 되었다. 힐링 콘서트는 아내가 단원인 CTS합창단이 현지의 초대를 받아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함께 했지만, 가곡, 성가, 민요, 합창까지 알찬 프로그램 편성으로 참석한 모두에게 힐링의 시간이었다.  
 
미국에서 한인 이민역사가 120년이 되면서 한인들이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세계 곳곳에서 한류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나타내고, 싸이와 BTS가 세계를 홀리더니만,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연달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K드라마에 매료되어 직장 등에서 타인종 동료들의 높은 관심을 접할 때가 자주 있지 않은가? 많은 분야에서 그렇지만 우리는 문화에서도 더는 새우가 아니라 고래가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 가난과 싸워야 했던 부모들은 자녀들이 대학을 가도, ‘밥 먹고 살 수 있는’ 학과를 권했다. 그 시대에는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운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운동선수가 최고의 인기 직업이 되었다. 또 ‘딴따라’라고 무시당하던 배우나 탤런트들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문화의 힘이다. 인생이 참 새옹지마다.  
 


첨단의 상업도시 라스베이거스에 거주하는 한인들 다수는 관광 분야에 종사할 것인데, 근 2년간 관광이 거의 불가능하였으니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을 것인가? 또 얼마나 많은 한인이 그곳을 떠나갔을까? 힐링 콘서트가 진행되면서 우리 합창단이 준비한 것이 힐링을 위한 곡이었는데, 특히 ‘홀로 아리랑’을 부를 때 힘찬 박수와 함께 열렬한 환호로 펜데믹의 힘든 시간을 씻어내는 것이 눈에 보였다.
 
 부모 세대와 달리 우리는 밥만 먹고 사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밥은 컵라면을 먹고 김밥을 먹어도 고급 커피를 마셔야 하는 것이 오늘의 청춘이다. 사막같은 이민자의 삶에서 합창도 하고, 연주회도 참석하고, 전시회나 공연도 볼 수 있다면 경제 수준과 관계없이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주말에 동료 시인들이 시집을 출판하고 공동으로 가진 출판기념회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문인들이 다시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7월이 되면 여러 문학 단체들이 주최하는 여름 문학 축제가 열린다. 문인들이 주로 모이지만, 평소 문학에 관심을 갖지 못했던 이들도 한국에서 오는 저명한 강사들의 강의를 들으며 우리의 시심을 다시 회복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인생이다. 지금은 문화의 시대, 문화가 힘이 있다. 문화가 빵을 만들고, 밥을 만드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나삼진 / 시인·OC샬롬교회 목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