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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미주 한인을 보는 선택적 잣대

장열 사회부 부장

장열 사회부 부장

미국 시민권자 허준이 교수(프린스턴대 교수)가 필즈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국적자가 아닌데도 한국에서의 반응이 뜨겁다.  
 
‘한국 수학자 최초 필즈상’ ‘필즈상 허준이 금의환향’ ‘한국계 최초 수학계 노벨상’ ‘한국인 필즈상 수상’ ‘필즈상 허준이는 한국 교육이 키운 인물’ ‘올해는 한국 수학의 해’.  
 
수상 소식에 한국 주요 언론들이 전한 헤드라인이다.  
 


허 교수의 수상은 축하해야 할 일이다. 반면, 수상에 대한 반응은 씁쓸하다. 한국에서는 이 상의 영예가 개인의 것이 아닌 집단 성취로 수용되고 있다. 반응들을 종합해보니 ‘필즈상을 받는 민족은 대단하다→그 상을 받은 허 교수는 한민족이다→그래서 한민족은 우수하다’는 논리로 귀결한다.
 
일례로 하승열 서울대 교수(수리과학부)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상은 우리 민족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라고까지 말했다.  
 
미주 지역 한인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각은 상당히 선택적이다. 잣대도 각기 다르게 적용된다. 법보다 국민감정이 먼저 작용해서다.  
 
미국에서 태어난 허 교수는 한국에서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다. 본인이 원하면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었지만 한국 국적 포기를 선택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필즈상 수상이라는 업적 때문이다.  병역 기피를 이유로 20년째 입국이 금지된 가수 스티브 유(유승준)는 억울할 수 있겠다. 허 교수 사례에 비추어보면 한국에 가기 위해 그래미상이라도 받아 한민족의 우수성부터 증명해야 할 판이다.
 
국민감정이 상하면 여론은 매몰차다. 전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는 지난 2019년 두 아들의 병역 회피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당시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추 선수의 두 아들이 국적 이탈 신고서를 제출한 것이 병역 회피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문제가 됐었다.  
 
당시 추 선수는 자녀에게 마땅히 물어야 할 것을 물었다. 추 선수 측은 “(두 아들에게) 나중에 크면 한국에서 살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한국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 미국서 살고 싶다’고 답한 두 아들의 의견을 존중한 결정이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한국의 여론은 병역 기피자, 애국심 부족, 병역 회피 등 싸늘하게 반응했다.
 
한국에서 병역 문제는 민감한 이슈다. 그렇다면, 논란에 대한 잣대가 명확해야 하는데 사안에 따라 반응이 다른 게 문제다.
 
국민을 기쁘게 하면 관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감정에 따라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행위 속에서 법률의 존재는 모호해진다.
 
법만 그런가. 허 교수 등과 같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도 정체성이 모호해지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전 세계의 재외동포 수는 약 732만 명이다. 그중 약 36%(약 263만 명)가 미국에 있다.
 
 현행 한국 국적법에 따르면 재외국민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한국 국적자면 그 자녀는 자동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해당 자녀는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한국 국적 이탈 신고를 하지 않으면 만 37세까지 병역 의무가 부여된다.  
 
문제는 국적 이탈 자체가 금지되면 현지 사관학교 입학 또는 주요 공직 진출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국적 이탈 시기를 놓칠 경우 재외동포 비자(F-4) 역시 40세까지 발급받을 수 없게 된다.
 
국민감정이 상하면 국적 이탈을 했을 때 병역 기피자라는 낙인을 찍고, 이탈 시기를 놓치거나 안 하면 모국에서의 활동이 금지되는 상황이다.
 
한인 2세들은 허 교수에 대한 한국의 반응을 보면서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 수 있다. 어중간하면 문제가 된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국적을 이탈하든지, 아예 위인이 되면 병역 때문에 발목을 잡히지 않는다. 허 교수의 수상 소식에 대한 한국의 반응을 보니 더 그렇다.

장열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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