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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기계 환자는 없다

병이 깊은 사람은 좋은 의사를 찾아다닌다. 훌륭한 의사는 환자의 속을 짚어내어 병마를 이겨내게 한다. 자신의 몸에 병이 들어선 것이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의 습관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병을 이겨내는 것도 환자 자신의 몸속에 내재하는 치유력을 잘 나타나게 하는 노력의 결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하는 지금도 그러나 알 수 없는 병이  무수히 많아 자신하는 의술을 무색하게 하고있다. 환자의 알 수 없는 병증을 파악하고 치료의 길로 안내하는 뛰어난 의사를 만나는 것이 몸이 아픈 사람들의 바램이다.
 
인공지능 분야가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내면서 사람이 하던 많은 일들을 인공지능 장착한 기계들이 대신하고 있다. 굳이 인공지능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동네 기차역에서 기차표 파는 일에서부터 은행에서 현금을 넣고 꺼내는 일 정도는 일치감치 디지털 기술의 무인기계로 바뀌어버린 지 오래다. 더 능률적이고 더 편리하고 더 경제적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자꾸 사람들을 기계 앞에 서게한다. 멀쩡하게 생긴 인형 기계 의사에게 환자가 소리친다. “내병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그러나 기계는 똑 같은 소리만 반복한다. “당신의 병은 이 번호에 속한 것이니 이 약을 드립니다.” 사람 환자는 기계의사를 붙들고 소리지르고 애원하지만 아무 소용 없다. 미래 사회를 묘사하는 어느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다. 지금도 전화로 어떤 일을 해결하려면 끝없는 선택 질문이 계속된다. 이런 사항이면 몇 번을 누르세요. 어떤 번호이어야 하는지 망설이다 보면 전화는 끊어진다. 막막해진다. 사람을 마주하고 있으면 그 사정을 설명하고 금방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데 기계가 반복하여 말하는 번호 찾아 헤매이다 말그대로 사람은 열 받고 갈길은 요원하다.
 
사람이 만들어질 때 사람이 지니는 여러가지 요소를 분류표대로 배치하여 만들지 않은 것 같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생각하여 최상의 분류체계를 수립하여 사람을 나누어 보려 하지만 많은 경우 특정 종류에 꼭 맞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사람보다 간단한 책의 경우도 도서관에서 찾기 쉽게 분류체계를 만들어 놓았지만 어느 분류 계통에 넣을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 사람을 체질별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어느 체질이라고 분명하게 나누기 어려울 때가 많다. 각양각색의 사람을 기계적으로 번지수를 부여할 수는 없다. 75억의 사람 숫자대로 75억의 분류체계가 필요할 정도로 사람은 기계적 대처로 나누어 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래도 지금 세상은 인공지능이라는 기계에 의존하여 사람을 대하는 여러가지가 나타나고 있다. 기계의사가 나타나 기계적 처방으로 치료하려고 한다. 그 기계의사 앞에 서야하는 환자는 기계환자가 되어야 할까.
 
사람 냄새 나는 좋은 사람이 좋은 의사가 된다고 말해진다. 좋은 의사를 찾는 우리는 사람 냄새 나는 의사를 바라본다. 인공지능 의사가 좋은 의사일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먼 훗날 정말로 사람 냄새까지 나는 인공지능이 개발되면 그때에는 기계와 사랑도 가능할까. 어떤 사람의 특별한 행위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 그것에 대하여 반응하고 감탄하고 찬사를 보내지만 그것이 기계적 반응이면 우리는 영혼이 없다고 시큰둥해 한다. 환자를 향한 의사의 간단한 대화 하나도 그것이 영혼이 담긴 것이면 환자는 어떤 명약을 받아 든 것보다 더 큰 힘을 얻는다. 나사못 몇개 빠진 기계에 규격에 맞는 부품 끼어 넣어서 작동케하는 기계적 관계로는 환자를 치료하기 어렵다. 기계환자는 없기 때문이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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