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아름다운 우리말] 언어 치유와 교수법의 변천

외국어교육의 본격적인 시작으로는 문법 번역식 교수법을 들 수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한자교육과 한문교육이 외국어교육의 핵심을 이룹니다. 물론 범어교육도 불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한문으로 불경을 번역하였기 때문에 한자문화권에서는 직접적인 범어학습은 깊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한문교육은 사서삼경으로 대표되는 유교 교육, 도덕경 등으로 대표되는 도교 교육 등을 위한 교육이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교재로 삼는 것도 소학, 명심보감 등을 시작으로 사서삼경이 주요 교재가 되었습니다. 근본적으로 내용 중심의 교육이라 할 수 있으며 삶의 방향, 가치관 형성에 대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희랍어, 라틴어를 중심으로 한 문법 번역식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역시 의사소통 중심의 교육이라기보다는 읽기, 쓰기 중심의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시대와 로마시대의 책을 읽고, 기독교의 성경을 읽는 등 읽기 중심의 행위가 이루어졌으므로 고전 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과 마찬가지로 경전, 역사 등의 교육을 위한 언어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목적 자체가 선인의 지혜를 학습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청각 구두식 교수법을 군대교수법이라고도 합니다. 이 점은 언어교육의 목적에 심각한 문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어교육의 목적이 고전의 해석과 삶의 지표에 있었다면 이 교수법에 와서는 빠른 습득과 전쟁의 승리가 교육의 목적이 됩니다. 따라서 교육의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정확하고 빠른 습득을 목표로 하면서 언어를 통한 가치관 형성은 관심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단지 도구로서의 언어에 집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듣기를 강조하고, 습관형성을 중요시하며 이를 통한 정확성을 목표로 하게 됩니다.  
 
군대교수법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언어치유와는 가장 관계가 먼 교수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 적국의 언어를 빠르게 습득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치유의 장면이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교육의 내용에도 군대 관련 용어나 표현 등이 담겨 있게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장기적으로는 군대교수법의 대상자라고 할 수 있는 군인들을 위한 언어치유 교육의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의사소통식 접근법은 학습자 중심의 교수법과도 연관이 됩니다. 학습자가 교육과정 설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등 교육 철학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정확성보다는 유창성을 강조하는것도 차이점이 있습니다. 문어보다는 구어를 강조하게 됩니다. 학습자들의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도 앞의 문법 번역식 교수법이나 청각 구두식 교수법과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식 접근법 자체가 언어치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다만 언어교육의 관점을 교수자에서 학습자, 혹은 상호협력으로 바꾸면서 학습자의 불안이나 청취감, 자기효능감 등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침묵교수법이나 전신반응교수법, 공동체 학습법 등은 이런 점에서 연계 가능한 학습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이라는 말은 서로의 마음, 감정의 소통도 의미합니다. 따라서 제 2언어를 통해 언어와 문화를 소통하는 것은 도구로서의 언어뿐 아니라 능력으로서의 언어, 치유로서의 언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합니다. 의사소통식 접근법을 기반으로 하여 치유에 초점을 두는 교수 방안의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가치 중심 언어 교육은 실제로는 실행되어 왔지만 한 가지의 교수법으로 자리잡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언어 교육의 내용적 측면에서 언어 속에 담긴 가치나 교훈을 강조하였기는 했지만 그것을 주 대상으로는 삼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언어 치유교육에서는 가치 중심 언어 교육의 지향점을 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언어 교육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 치유가 이루어 질 수 있는 가능성에 교육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