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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재외동포청 설립, 한인사회 존재감 보여야

김형재 경제부 부장

김형재 경제부 부장

“대한민국 헌법에 재외동포라는 말은 없다.”
 
미국 한인사회 출신 최초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한우성씨의 말이다. 재외동포는 한국 국적자인 재외국민과 시민권자 등 외국 국적자인 해외동포를 지칭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750만 재외동포는 엄연히 존재한다. 헌법에 재외동포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 대한민국이 남의 나라 국적을 취득한 해외동포를 법적으로 책임질 의무가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법대로라면 한국 정부는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 ‘재외국민’ 보호에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 LA총영사관 등 외교부 산하 170여 재외공관이 재외국민 보호를 가장 중요한 업무로 꼽는 이유다.
 
25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한인사회는 되묻는다. ‘한국 국적자였던 또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물려받은 한인 시민권자도 모국을 사랑한다. 발전한 모국이 한인 시민권자도 챙겨야 한다.’ 이런 바람은 1990년대 LA를 주축으로 한 ‘한국 교민청(동포청)’ 설립 운동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인사회는 남북관계 개선, 북미관계 개선이란 시대적 흐름을 읽었다. 한국 정부에 재외동포와 소통할 전담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시대를 막 외치던 한국 정부에 재외동포의 존재를 각인시킨 효과를 낳았다.
 
30년이 지난 지금 많은 변화를 이뤘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해외동포사회’의 존재와 소통의 중요성을 자각했다. 1997년 3월 27일 재외동포재단법(법률 제5313호)이 공포됐다. 같은 해 10월 30일 지금의 재외동포재단이 발족했다. 재외동포재단법 제1조는 ‘재외동포들이 민족적 유대감을 유지하면서 거주국 안에서 그 사회의 모범적인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해외동포사회 시각에서 재외동포재단은 절반의 성공이다. 외교부 산하 부서로 재외동포 관련 사업(한인 차세대 한글교육 등 정체성 사업 지원, 해외 한인단체 사업 지원 등)을 ‘집행’하는 역할이다. 한 국가의 공식 기관으로 재외동포 정책을 개발하고 총괄하는 전담기구는 아닌 셈이다.  
 
2022년 글로벌 시대는 빠르게 변했고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750만 재외동포와 한국 정부 간 소통 전담기관,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행정조직은 이제 필수가 됐다. 재외동포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국익 증진도 필요한 시기다. 재외동포연구원은 “컨트롤 타워가 없어 정부의 재외동포정책 수립의 종합성 및 체계성 미미, 비효율성, 예산 중복성, 활용도 저하 현상을 초래한다”며 “혁신적 대안 중 하나는 재외동포청 설치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재외동포청 설립을 위한 법적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재외동포기본법 제정 및 재외동포청 설립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 법안’도 국회에 발의됐다. 9차례나 무산됐던 재외동포청 설립이 이번에는 결실을 볼 것처럼 보인다.  
 
다만 재외동포청 설립은 한국 정부와 국회의 몫이 아니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성공의 열쇠는 결국 미국 한인사회를 포함한 해외동포사회의 ‘의지와 역할’에 달렸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 국민이 해외동포사회 존재가치와 필요성을 갈구하게 해야 한다. 재외동포 관련 연 예산 2000억 원 이상을 투입할 만한 가치가 없다면, 재외동포청을 설립해도 무늬에 그칠 수 있다.
 
재외동포청 설립을 위한 추상적인 목소리 반복은 공허하다. 대신 해외동포사회가 한국 정부 및 국민과 함께 힘을 합칠 때 나타날 시너지 효과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할 때다.

김형재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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