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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식전 복용, 식후 복

식후 약 복용은 늘 혼란스럽다. 약 봉투에는 하루 세 번 식후 복용으로 적혀 있는데 하루 두 끼만 먹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어떤 약이냐에 따라 다르다.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 가능한 약이지만 하루 3회를 기억하기 쉽도록 식사에 맞추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식사를 거르더라도 제시간에 복용하기만 하면 된다. 원래는 8시간마다 복용해야 하지만 편의상 식후로 맞춘 것이니 시간을 지키는 게 더 정확한 복용법이다.
 
하지만 어떤 약은 빈속에 먹으면 속쓰림·소화불량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식후 복용을 권하는 약일 때는 식사를 거르고 복용해서는 안 된다. 가벼운 간식이라도 먹고 나서 복용해야 약으로 인한 불편감을 줄일 수 있다. 음식이 약 성분을 희석하고 완충해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부프로펜·나프록센 같은 소염진통제는 식후에 먹어야 한다. 식후 30분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식후에 바로 복용하면 된다.
 
식후라는 말은 식사하고 나서 1시간까지로 생각하는 게 좋다. 식후 두세 시간이 지나면 위장에 음식물의 양이 충분치 않다. 약사인 나도 식후 2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배가 부른 느낌이라고 생각하여 약을 먹었다가 위장 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다. 식사 뒤에 여러 시간이 지났을 때는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유 한 잔, 아니면 두유나 요구르트라도 먹고 약을 복용하는 게 낫다.
 
식전에 복용해야 하는 약은 시간 준수가 더욱 중요하다. 흔히 처방되는 골다공증 치료약은 먹어도 흡수율이 1% 미만이다. 이렇게 흡수가 어려운 약을 식후에 복용하면 아무 효과가 없다. 갑상선 호르몬제는 빈속에 먹으면 80% 정도 흡수되지만 식후에는 흡수가 40~64%까지로 떨어진다. 음식 때문에 흡수가 저해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렇게 흡수율에 차이가 나면 약효와 부작용도 들쑥날쑥해진다. 매일 아침 식전 30분~1시간에 복용하라는 약은 시간을 잘 지켜 복용해야 약효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영양제 복용시간은 식후가 무난하다. 지용성 비타민(A, D, E, K)은 식후에 흡수가 잘 되고 수용성 비타민은 대체로 식전·식후에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 종합비타민제에는 두 종류가 모두 들어있으니 식후가 좋다. 미네랄 흡수 최적화를 위해 각각 따로 먹으라는 말은 아무 의미 없다. 따로따로 먹으면 흡수가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세세히 따져야 할 정도는 아니다. 칼슘·철분은 인체에서 필요에 따라 흡수율을 조절한다. 기타 미네랄은 많이 먹으면 많이 흡수된다. 흡수율을 따져야 할 정도로 미네랄 결핍이 심한 사람이라면 병·의원부터 가봐야 맞다. 원래 음식으로 먹을 비타민·미네랄을 알약으로 보충한다는 면에서도 식후가 자연스러운 시간이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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