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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 정부

아버지가 남로당 간부로 해방 뒤 월북한 지인이 있다. 홀어머니 밑에서 그는 빨갱이 자식이라는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다. 심지어 친인척들조차 혹시나 자기들에게 피해가 올까, 모자를 왕따시켰다고 한다.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졸업 후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할 것을 알았다. 우연한 기회에 미국으로 왔고 한 많은 세월을 살아온 어머니를 모셔왔다. 분단이 갖고 온 우리 민족 비극의 한 단면이다.  
 
이처럼 월북이란 꼬리표가 붙는 순간 월북한 당사자의 가족은 사회적으로 매장 당해왔다. ‘북한에 강제로 끌려갔다’와 ‘자진해서 월북했다’가 갖는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보다 더 크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는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을 북한 간첩으로 모는 마녀사냥이 흔하게 벌어졌다. 북한 공산당과 싸워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통일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는 거창한 구호와 목표 앞에 한 개인과 가정의 행복은 무시됐었다. 독재정권의 하수인들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사고방식으로 자신들의 악행을 정당화했다.    
 
국가와 민족이란 조직의 이익을 위해 희생해야 할 개인의 행복과 인권은 없다. 국가와 민족의 존재 이유는 조직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행복추구를 위한 것이다. 독재정권과 적폐정권은 민주주의의 쓰나미 속에 파묻혔다. 이제는 개인의 행복권과 인권이 제대로 펼쳐지고 인정받는 세상이 온 줄 알았다.  
 


종전선언, 평화협정, 남북통일…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 목표인가. 그런데 한 개인이 이 숭고한 목표에 방해가 된 사건이 터진다. 북한 김정은 정권을 잘 달래고 다독거리면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해보려는데 갑자기 한 공무원이 북한 땅으로 쓸려가 그곳에서 의문의 살상을 당한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북한에 대해 국가 차원의 항의를 하고 규탄과 심지어는 제재까지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비위 더 맞춰주면 종전선언도 해줄 것도 같고 평화협정도 맺어줄 것 같았다. 그것만 성사 되면 정권의 국민적 인기가 올라갈 것이고, 역사적으로도 민족을 위한 큰 성취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이건 나만의 상상력에 의한 것이다.  
 
국민의 지지도 어느 정도 유지하고 북한도 자극하지 않는 선택지를 생각해낸 것이 월북카드였을 것이다. 월북을 하면 북한이 마음대로 살상을 해도 된다는 논리가 이해 되지는 않지만 하여간 월북으로 몰아가면 그런대로 넘어갈 줄 알았던 것 같다.  
 
서해 공무원의 월북에 대한 진실은 숨진 사람만이 안다. 고인의 진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주변 정황만을 놓고 해석이 갈린다. 문제는 정황만으로 해석이 분분한 상황에서 정부가 내린 결론이 월북이라는 사실이다. 월북 딱지가 붙으면 아직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뒤에 남은 가족들이 버티기 힘들다. 월북인지 아닌지 결론을 어떤 식으로든 내려야 한다면 월북이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월북이 아닌 쪽으로 결론을 내렸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월북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애매한 입장이라도 취했어야 한다.  
 
그런데 사고방식과 행동이 그들이 비난해온 과거 독재 적폐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결국 구호와 목표만 달라진 것일 뿐, 여전히 그 구호와 목표 앞에 개인은 희생되고 있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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