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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타운 역사 간직한 ‘윌턴플레이스 초교’

장연화 사회부 부국장

장연화 사회부 부국장

LA한인타운에 있는 윌턴플레이스 초등학교의 역사는 한인사회의 역사를 그대로 따라간다. 초창기에는 행콕파크 인근에 거주하는 백인 가정 자녀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올림픽가를 중심으로 한인타운이 형성되고 1960년대 이후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이민자 가정들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90년대부터는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한인 학생들로 채워지기도 했다.
 
LA통합교육구(LAUSD)가 첫 한인 카운슬러를 파견한 곳도 이 학교다. 당시 한인 학생들이 급증하자 LAUSD는 첫 한인 선출직 교육자인 고 메리 이 손 여사를 카운슬러로 파견했다. 손 여사는 영어 구사가 어려운 이민자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영어기초반(ESL) 프로그램을 설치해 정착시켰다.
 
윌턴플레이스 교직원들은 손 여사가 작고한 후 이민자 자녀들을 위해 이룬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물 한 동의 이름을 ‘메리 손 빌딩’으로 명명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이 학교에서 15년간 교장으로 근무하며 한인 교육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김정혜 교장이 은퇴했다. 이달 초 동료들이 마련한 은퇴식까지 참석한 김 교장은 서머스쿨 프로그램이 끝나는 대로 윌턴플레이스 초등학교를 떠난다.  
 
김 교장이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 42년 전이다. 토피카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첫 근무를 시작한 김 교장은 후버 초등학교, 브랜트우드사이언스매그닛에서 코디네이터, 어드바이저, 교감직을 거쳐 2007년 윌턴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했다.  
 
당시엔 한인타운 내 학교에 한인 교장이 흔치 않았던 만큼 그의 부임은 한인 학부모들에게 든든한 힘이 됐다.  
 
김 교장은 “처음 윌턴플레이스 초등학교에 부임했을 때만 해도 전교생의 40%가량이 한인 학생들이었다”며 “영어 구사가 어려워 교사나 학교와의 소통이 어려웠던 한인 학부모들이 한인 교장이 왔다고 굉장히 반겨준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김 교장은 “초기 이민자들이 몰리던 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학생들 다수가 한인 학생이었지만 한국에서 유입되는 이민자가 줄어들고 타운에 라틴계 거주민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90%의 재학생이 히스패닉”이라며 “한인 커뮤니티가 성장하는 것에 반해 다소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한인 학생이 줄었지만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 이중언어 프로그램은 타인종 학생들이 대부분이 들을 만큼 인기가 높다. 또 태권도반과 사물놀이반은 전교생이 참석할 정도다. 그렇게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건 김 교장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개교 100주년을 맞은 2019년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교 폐쇄 등의 이슈가 거론됐지만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손자까지 3대가 모두 이 학교에 다닌 두 가정을 초청한 기념식을 열어 지역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19년 개교한 윌턴플레이스에서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은 1만2000여명. 이 중에는 지난 15년간 김 교장의 손을 거쳐 간 학생 수천 명도 포함돼 있다. 또 그 기간 동안 김 교장 밑에서 교감 등으로 일하다 다른 학교의 교장으로 옮긴 후배들도 꽤 많이 배출됐다.  
 
“이 학교를 통해 많은 한인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고 지금 한인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담담히 소감을 밝힌 김 교장은 “내 뒤를 이어 좋은 한인 교육자들이 계속 배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인 교육계도 이제 세대교체가 시작되는 것 같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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