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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시진핑 시대의 상산하향 운동

“지식청년은 농촌으로 내려가 재교육을 받아라”. 1968년 마오쩌둥의 지시에 따라 10년간 1700만 청년이 농촌으로 향했다. 이른바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이다. 겉으론 사상을 단련하고 농촌 발전을 이끌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문혁의 광풍으로 경제가 망가져 대졸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게 되자 사회 폭동을 우려한 끝에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에서 다시 비슷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언론이 모두 나서 대졸자의 농촌 취업을 적극 권장하는 ‘기층(基層, grass-roots) 취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올여름 역대 최초로 1000만이 넘는 1076만 명의 대졸자가 쏟아진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어려워 이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지난 5월 16~24세 청년층 도시 실업률은 18.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는 왜 힘들어졌나. 지난 20일 중국유럽상회가 발표한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 크다. 보고서는 코로나 사태,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 사업환경의 정치화를 문제로 꼽았다. 주목할 건 사업 환경의 정치화다. 지난 몇년간 중국은 빅테크 기업 혼내기, 부동산업계 단속, 사교육 시장 폐지 등 경제를 해치는 납득하기 어려운 많은 일을 벌였다.
 
여기에 서방과의 체제 우위 전쟁 성격을 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걸핏하면 봉쇄를 단행하다 보니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경제가 악화하면 리커창 총리를 등판시키는데, 리 총리는 지난달 말 무려 10만여 간부가 참석한 ‘전국 경제안정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중국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인데, 리 총리는 여기서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은 내놓지 못한 채 지방정부에 알아서 난국을 헤쳐나가라는 주문을 했다. 바로 이 같은 상황에서 대졸자 취업 대책으로 마오쩌둥 시대의 상산하향 운동이 소환된 것이다. 왜? 피 끓는 청춘들을 그냥 둬선 안 되기 때문이다.
 
과거 대륙의 패권을 놓고 국민당과 공산당이 다툴 때 중국의 많은 청년이 공산당을 찾았다.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에 끌린 측면도 있었지만, 국민당 정부가 일자리를 마련하지 못하자 대거 공산당에 가입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하게 되면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이게 학생운동, 나아가 사회운동으로 발전하면 공산당의 집권 정통성이 흔들리게 된다. 일찌감치 사회불안의 뇌관인 학생들을 시골로 보내 사회폭발의 압력을 줄이자는 게 현대판 상산하향 운동을 벌이는 배경인 것이다.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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