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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가주 주민은 ‘잡힌 물고기’인가

진성철 경제부 부장

진성철 경제부 부장

고등학교 시절, 정치사회 담당 교사는 “미국은 자유경쟁을 중시해 유권자들은 정당 한 곳에 권력을 몰아주지 않고 또 장기 집권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선출되면 상원은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집권하도록 해서, 서로 견제하게 한다는 것이다. 권력을 한 당에 몰아 주지 않고 양당간 경쟁을 끌어내 유권자의 권익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여대야소 또는 통합정부보다 여소야대를 더욱 선호한다. 권력 분산을 통해 위정자가 아닌 국민을 위한 국정을 원만하게 수행한 것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이런 권력 분산을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당 간판만 달면 동네 개도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주지사와 주의원 대부분이 민주당 일색이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독주의 경향이 높다.  
 
올해 예비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이변 없이 압승했다. 특히 강성진보로 분류되는 정치인 다수가 1위에 올랐다. 그들은 개솔린 가격 지원이나 민생과 치안 정책 등은 소홀한 반면 한 채당 80만 달러 이상을 들여 홈리스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주장해 대다수 유권자의 삶과 무관한 보여주기식 정치에 올인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다수의 한인 유권자들이 캘리포니아도 공화당으로 한 번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력이 일방적으로 한 쪽으로 쏠리니 균형된 정책과 입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가주 정부는 팬데믹 위기에서도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757억 달러의 흑자에 이어 올해도 975억 달러의 예산 잉여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가구당 1100달러의 경기부양금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더욱 악화한 실물경제에도 속 시원한 지원책 하나 없다.  
 
개스 가격은 6달러 중후반으로 치솟았고 물가는 41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는데 주정부와 주의원들은 주민들을 위한 정책 시행에 적극적이지 않다.  
 
일례로 지난 3월 주지사는 가구당 차량 2대에 한해 최대 800달러까지 개스비를 지원하자고 했다. 이에 주의회는 개스를 이용하지 않는 전기차에도 지원금이 사용된다며 효율성을 들어 각을 세웠다.  
 
일부 민주당 주의원은 소득 기준에 따라 납세자 1인당 200달러 세금크레딧 제공을 추진했다. 이번엔 가주 주지사가 가주세무국(FTB)을 거쳐야 해서 너무 오래 걸린다며 반대하고 있다.  
 
가주 정치권의 행보를 보면서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장악한 주의회와 주지사가 서로 이견만 내세우며 주민들에게 정작 필요한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지난 13일 의회는 3000억 달러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개스비 지원은 빠졌다. 개스비 보조금 방식에 대한 견해차가 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15일이 지나도 예산이 통과되지 않으면 공무원들의 월급 지급이 정지되기 때문에 논란인 개스비 지원을 건너뛰고 의회가 서둘러 승인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누락 이유가 무엇이든지 개스비 지원이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다. 주지사는 30일까지 이 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 주지사와 의회가 개스비 보조를 확정할 시간은 아직 남았다.  
 
더는 가주민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최대 흑자에도 민생을 돕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부터는 권력 분산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잡은 물고기한테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일본의 유명한 평론가였던 오야 소이치가 한 말이다. 가주 정치인들에겐 유권자가 잡아 놓은 물고기인가 보다. 하지만 이젠 때가 바뀌었다. 잡힌 물고기라도 먹이를 주지 않으면 달아나 버리거나 심하게 배가 고프면 주인을 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진성철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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