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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멕시코 국경 방문기

오랜만에 멕시코 티후아나를 다녀왔다. 남편의 고객들도 이젠 코로나바이러스가 독감 정도로 약해졌다고 인식함에 따라 출장이 재개됐다.
 
미국 여권으로 멕시코 여행은 비자 없이 가능하지만 기업체를 방문하려면 국경에 있는 멕시코 이민국에서 일주일짜리 여행 허가서를 따로 받아야 한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이민국이 어딘지 잠시 헷갈렸지만 금방 서류를 발급 받아 멕시코로 들어갔다. 멕시코는 입국심사를 샘플링으로 하므로 밀리지 않아 국경을 통과하는 길이 우리가 전세 낸 듯 한가했다.  
 
거래 업체를 찾아가는 길에서 잘 보이는 산 위 알록달록 원색 아파트와 고딕 건물로  지어진 가톨릭 성당은 올 때마다 눈길을 끈다. 헷갈리는 도로 시스템,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나무가 드문 삭막한 거리, 재포장 공사를 하지 않아 먼지 펄펄 나는 도로 등 낙후된 모습조차 반가웠다.
 
미국에서 자동차 개스를 충분히 넣어갔지만 멕시코 주유소를 미리 알아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길가를 살폈다. 그런데 멕시코의 하나뿐인 국영 석유기업 ‘Pemex’ 주유소는 사라지고 대신에 미국 브랜드인 셰브론을 비롯해 처음 보는 이름들로 모두 바뀌어 있었다. 독과점을 없애고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멕시코가 2022년 전 세계에서 은퇴 이민 가기 좋은 나라로 세 번째라고 한다. 선호도 조사에 적용된 5개의 주요 기준을 열거하면 주택과 부동산 가격, 생계비, 영주권 취득 난이도, 은퇴 이민 편익과 할인, 의료시스템 등이다.  
 
예전에 티후아나에서 엔세나다로 가던 중 ‘La Salina Del Mar’라는 아름다운 바닷가의 미국인 은퇴 마을을 본 기억이 있다. 은퇴 후 한국으로의 역이민을 생각하는 한국 사람처럼 멕시코 은퇴 이민도 멕시코 문화와 언어에 친숙한 사람들에게나 해당할 것 같았다.  
 
일을 다 보고 미국으로 가려고 국경 쪽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입국 차량 행렬이 엄청나게 길었다. 줄이 그런대로 잘 빠져 국경 검사대 앞에 다 와 갈 때쯤 남편이 이민국에 출국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을 깜빡했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한다. 앞뒤 옆이 꽉 막혀있는 차의 행렬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출국 신고를 하지 않으면 일주일 내에 다시 이민국에 와야 하는데 어떻게 다시 오냐며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긴급상황인 듯 벽 옆으로 바짝 붙여 놓은 차가 한 대 있었다. 남편은 그 차 뒤에 우리 차를 붙여 놓고 이민국으로 달려 나갔다. 나는 다른 차에 불편을 주는 것이 미안해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다. 5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부리나케 달려온 남편은 황당하게도, 법이 바뀌어 출국 신고 안 해도 되는 거였다고 말한다.  
 
아무튼 홀가분한 기분으로 국경 통과대로 진입하는데 살벌한 광경이 눈을 확 사로잡는다. 미 입국 심사대로 들어가는 10개가 넘는 도로 사이사이를 둘둘 감은 철조망으로 벽을 쳐, 미국으로의 불법 입국 시도에 쐐기를 박아 놓은 것이다. 트럼프 시절 중미에서 미국으로 오려는 캐러밴 무리를 저지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차 안에 생물이 있는지 멕시코에는 얼마 동안 무슨 일로 갔다 오는지 확인 절차가 생략되는 등, 대면 입국 절차가 간소화되어 기다리는 시간이 단축됐다. 미국도 멕시코도 자국 보호를 위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연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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