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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우정을 노래하는 합창단

취미생활이 다양한 편이라 만나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난다.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만나는 사람의 성격 또한 특이해서 쌓아야 하는 모양새가 달라진다. 따라서 인간관계가 다양성을 보이게 된다. 어느 곳에선 반드시 나대야 할 때도 있고, 또 다른 모임에선 죽은 듯 숨만 쉬다 끝내야 한다.  
 
어디에서든 내게 부족한 무언가를 배우기가 우선이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을 알리고 자랑하고자 하는 모임은 없다. 타고난 재주가 있는 듯해도 여건상 개발해내지 못하고 숨겨진 녀석들 발굴하는 작업이 삶에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긴 세월을 살아본 지금에야 유별나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모임이 있음을 깨달았다. 무엇을 하기 위한 모임인가를 의심하게 되는 요즘이다. 내가 나이 많아지며 외롭다 느끼는 건가? 아닌데. 여전히 예수님 옷자락 꽉 잡고 자신만만하게 하늘의 사랑을 내 삶에 가득 채우며 부요하게 살고 있으니 어느 모임에서나 특별한 관심을 기대하진 않는다.
 
어느 순간, 아 얘네들 뭐지? 노래하러 모였으면 당연히 노래가 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하고 초장에 회원이 되었을 땐 꽤나 그럴듯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소리내기 방해 조건들이 따라붙어서 자격 미달 소리꾼이 되었다면 당연히 떨어져 나가게 방관해야 한다. 억지 방출까지야 실행하지는 못해도, 자진 하차하는 회원에겐 모른 채 고개 돌려야만 모임의 색깔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발목을 잡고 놓아 주기를 거부한다.
 


완성시켜야 하는 소리가 첫째임을 뒤로하고, 서로 간에 사랑으로 토닥임이 최우선이다. 노래야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지만 선후배 간에 오가는 정이 예수님 사랑으로 승화되면서 투병 중인 회원도, 못된 병마에서 살아남은 회원도, 사랑하는 사람 잃어버린 아픔 가진 회원도, 모두가 혼자 아픔을 견디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쉴 틈 없이 위로와 기도가 넘쳐난다. 끝내는 회원 모두가 사랑의 열기로 녹여진 한 덩어리가 되어 있다.
 
쉽게 들을 수 없던 칭찬이 난무하는 곳, 바로 모교 합창단이다. 누구에게든 아주 작은  것을 끌어 내어 크게 확대경을 포갠다. 소리가 이쁘다. 글이 감동적이다. 어쩜 그리 잘하느냐. 프로 사진작가 작품 같다. 낭독하는 목소리가 너무 좋다. 오늘 옷이 아주 잘 어울린다. 완전 몸짱이네. 최고야 최고.  
 
때론 웃음이 새어 나오지만 듣는 입장에선 기분 엄청 좋아지는 순간이다. 한 사람도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일 주일에 한 번씩 만나면서도 눈썰미 있게 찾아내는 칭찬거리가 멈추질 않는다.  
 
게다가 함께 소리내기에서 은퇴한 연세 높으신 선배들의 넘치는 사랑으로 걸핏하면 간식비가 투척된다. 비즈니스로 한 건 올려서 지갑이 두툼해진 회원의 전체 회식 쏘기로 사기충천 단합대회도 한다. 마음을 회비 삼아 내어놓는 모임에서 온기를 받고 외로움을 삭인다. 25년여의 다른 기수가 모인 여고 선후배 합창단이지만 여긴 진짜 가족의 모임인 듯하다.

노기제 / 통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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