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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직장 옮길수록 성공하는 시대

지난 수십 년 동안 조직관리 이론가와 실무자들은 구성원의 ‘몰입’을 중시하였다. 조직몰입, 직무몰입, 경력몰입 등의 개념을 강조하면서 열정을 쏟아 몰입하고 충성해야 개인이든 조직이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고 사람의 생각도 변했다.
 
예전에 직원채용 면접할 때는 지원자가 직장을 몇 번 옮긴 경우라면 대개 긍정적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조직적응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남들 부러워하는 대기업 취업 근로자도 계속 다니는 비율이 30% 남짓 정도라니 직장 선호도 달라졌다.
 
최근 유튜브 조회 수 1700만을 기록할 정도로 유명해진 ‘소울리스좌’ 이야기도 변화된 노동의식을 보여준다. 놀이기구 아르바이트생인 주인공이 안내 사항을 속사포 랩으로 전하는데, 그 모든 퍼포먼스가 스타 래퍼에 버금갈 만큼 완벽하다. 다만 열정적이기보다는 초점 흐린 눈빛이기에 ‘소울리스(영혼 없는)’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주인공처럼 일과 자기 자신을 분리하고 적은 에너지로 최대 효율을 내는 모습에서 요즘 근로자의 롤 모델을 엿볼 수 있다.
 
자본(capital)이라는 개념은 오랫동안 재무적·물리적 자산을 지칭했다. 그런데 1960년대부터 경제학자들이 개인의 스킬·경험·재능을 경제적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보고 사람에게도 적용하면서 ‘인적 자본(human capital)’ 개념이 퍼졌다. 인적 자본은 유년기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지속해서 개발된다. 유년기에는 주로 타고난 특성이 영향을 미치고, 청소년기에는 학교에서 배우고, 성인 단계에서는 직장의 업무경험을 통해 축적한다. 즉 교육과 업무경험이 인적 자본을 결정하는 두 가지 축이 된다.
 


그런데 매켄지가 미국과 유럽의 근로자 데이터를 10년 추적 연구해 밝힌 인적 자본에 대한 보고서는 세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제시했다. 첫째, 개인이 평생 버는 근로수입의 3분의 2는 인적 자본 가치에 기반하며 이들 가치의 40~60%는 업무 경험에서 나왔다. 둘째, 2~4년마다 과감한 역할 이동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여 업무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최상위 소득계층으로 진입했다. 셋째, 역할 이동을 시도한 사람들의 80%가 기존 직장 아닌 다른 직장 이직을 통해 경험효과를 실현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노동여건이 상당히 다른 우리나라에 단순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지금 우리의 사회적 현상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많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청년노동시장 분석에서도 첫 직장을 옮기기까지 평균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자발적으로 이직한 경우 직전 직장보다 임금도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니는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든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든 역할 이동은 새로운 기술 습득과 소득 상승의 기회를 제공하므로 산업인력 부족 해결을 위한 돌파구로 활용될 수 있다. 첨단산업 인력수급의 문제는 과거부터 반복되는 현상이어서 공대의 유행학과도 토목·화공·기계·컴퓨터 분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 최근 불거진 반도체 분야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한 관련 학과 신설과 증원 문제는 대학의 구조조정과 맞물린 이슈이기에 졸업생이 배출되어 산업현장에 투입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보완해줄 정책방안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소통으로 인력 부족 분야를 주기적으로 발표하고, 이들을 양성할 수 있는 단기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대학이 운영하도록 협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취업자나 이직 희망자들이 최신 정보를 토대로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예컨대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에서 반도체 숙련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역대학과 단기 집중코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인증시스템을 구축하여 학생과 근로자의 새로운 기술 습득을 개별 기록하고 기업은 이를 활용한다.
 
노동시장 본연의 특성은 ‘이동성’에 있고 직무는 ‘경험’을 통해 익히므로 최근의 기술인력 부족 문제도 활발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비전공 근로자들에게 역할 이동의 기회를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 대학의 첨단학과를 졸업하지 않고도 그 분야로 이동할 직업 사다리를 놓아주는 정책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강혜련 /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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