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미래] 여성 생명과학자 다우드나
다우드나·샤르팡티에
여성으로만 최초 노벨화학상
연구·육아 함께하는 환경 조성
다우드나는 1964년 워싱턴에서 태어나 7살 때 하와이로 이사했다. 하와이 폴리네시아인 속에서 자란 다우드나는 그 시절을 ‘늘 혼자였고 외로웠다”고 회상한다. 초등 6학년 때 과학 수필집인 ‘이중나선’을 읽고 그의 인생은 바뀌게 된다. ‘이중나선’은 DNA 구조를 밝혀가는 과정을 여러 에피소드를 섞어가면서 재미있게 엮은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묘사된 인물이 구조생물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이다. 프랭클린은 DNA 구조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음에도 38세에 요절하면서 노벨 의학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데, 다우드나는 이 책을 읽고 “여자도 위대한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노벨상 수상식에서 “저는 제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번 노벨상은 올바른 변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로 수상 소감을 시작한다.
여성이 과학자로 성공하기는 참 어렵다. 연구 주제를 선정해서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리는데, 임신·출산·육아 등이 연구에 전념하기 힘들게 만든다. 미국에서도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분야에서의 젠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연구를 통해서 여성이 남성보다 수학 실력과 인지기술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STEM의 조기 교육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쳐 왔는데 아직도 이 분야의 여성 비중이 25%를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들을 시도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 연구비 지원 등의 사업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환경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유리천장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
미국대학여성협회(AAUC)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모든 학생이 STEM 분야에 흥미를 갖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상대성이론을 통해서 물리학이 20세기 초반 학문을 이끌었고, 컴퓨터·인터넷 기술이 20세기 후반 디지털 혁명을 이뤘다면 미래는 디지털과 DNA가 융합되는 생명의 시대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우수한 여성과학자가 많아 조기에 디지털 교육과 병행하면 미래 생명융합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자유스러운 연구 풍토에서 긴 호흡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왓슨과 크릭도 DNA구조를 밝히기 위해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판 결과로 1962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같은 분야의 연구자들과 때로는 협업을 하고 때로는 경쟁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세계적인 업적을 끌어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연구 업적을 정량적인 평가에 의존한다. 국내 많은 대학의 교수들은 ‘숫자놀음’에 불과한 연구업적 쌓기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평생 역작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출산과 육아가 연구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힘들게 한다. 출산과 육아가 경력 단절을 가져오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새 정부는 디지털헬스케어와 혁신적 바이오신약 개발을 국정과제에 담았다. 헬스케어와 신약개발은 여성과학자의 활약이 큰 분야이고 우리나라도 다우드나와 같은 우수한 여성 생명과학자가 많다. 이들이 맘 놓고 연구만 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공정한 업적 평가를 통해 선의의 경쟁이 가능하도록 과학기술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잘 활용되고 창조적 파괴를 통한 긴 호흡의 연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대희 / 서울대 의대 교수·미래발전위원장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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