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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성공한 브랜드, 실패한 브랜드

‘썸싱 스페셜(Something special)’. 이 위스키를 모르는 기성세대가 있을까. 1980~90년대 서울 강남 술집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브랜드다. 이름 하나로 한국의 주당들을 사로잡았다. 이 술을 마시면 뭔가 특별한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묘한 기대심리가 작용했으리라.
 
당시 마케팅 조사를 보면 많은 소비자는 이름 때문에 이 양주를 선택했다고 나와 있다. 사실 전문가들조차 숙성 햇수가 중요할 뿐 위스키 맛이 대개 거기서 거기라고 한다. 실제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보면 코너서(connoisseur)조차 브랜드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게 양주다. 더구나 폭탄주가 대세인 한국에서 정작 술맛보다 느낌이 더 작용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썸싱 스페셜은 이름 하나로 한국의 주당들을 끌어들였던 셈이다.
 
벤츠의 슬로건은 ‘The best or nothing(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간단한 낱말 몇 개로 벤츠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표현했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도 적절한 예가 된다. 이름부터 시작해서 냉동차 바깥 장식의 지도를 보면 영락없이 낙농업 강국 덴마크 제품이란 착각이 든다.
 
그러나 이 아이스크림은 필스버리가 1961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창업한 이후 줄곧 뉴저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컨테이너 바깥에 덴마크 지도를 인쇄해 코펜하겐을 의도적으로 드러냈다. 하겐다즈란 브랜드는 국적 불명의 단어다. 독일어 변모음(變母音) 움라우트(¨)까지 표기해 소비자들에게 덴마크 제품처럼 보이도록 지어낸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그만큼 브랜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중국 가전제품인 하이얼(Haier)도 세계시장에서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품질보다 이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독일어처럼 들리는 이름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독일제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소비자들은 독일 제품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된다.
 
브랜드는 이처럼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강력한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의 브랜드를 만들기란 그리 쉽지 않다.  
 
우선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쉬이 회상되고 잊히지 않아야 한다. 의미도 있어야 한다. 아웃도어 의류 업체 노스 페이스의 ‘never stop exploring’, 아베크롬비 앤 피치의 ‘casual luxury’도 들으면 의미가 딱 다가온다.  
 
이처럼 성공적인 브랜드는 쉽고 기억하기도 좋고 적절한 의미도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실패한 브랜드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 거리에 널려 있다. 의미를 전혀 모르는 요상한 브랜드다. 바로 ‘I Seoul U’다. 이 브랜드는 해괴해 보인다. 영어문화권에서 수년간 생활했던 필자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해마다 수강생들에게 물어봐도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필자는 이 브랜드 제정 당시부터 줄기차게 문제가 많다고 지적해 왔다. 가장 큰 문제는 말뜻을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심지어 시내버스에 친절하게 붙어 있는 서울시 설명문을 읽어봐도 잘 모르겠다. 의미를 모르는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참 혼란스럽다. 버스창에까지 설명문을 붙여야 하는 브랜드는 이미 브랜드로는 낙제점이다.
 
최초의 민선 4선 기록을 세운 오세훈 서울시장의 과제는 널려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대 빈국에서 성공모델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 심장인 서울의 위상을 정확하게 알리는 일이다. 세계인의 호감과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국가경쟁력은 도시경쟁력에서 나온다. 나라 밖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서울시 브랜드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수십억을 들여 그 많은 전문가를 동원해 만든 서울 브랜드가 ‘썸싱 스페셜’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김동률 /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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