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한여름 밤의 댄스 파티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에 특별한 재능을 보여 박사과정까지 공부하던 여자 조카로부터 초청장이 날아왔다. 두툼하고 기다란 사각형 봉투의 디자인이 이채롭다. 멕시코의 칸쿤으로 날아가는 지도가 그려있다. 조카는 박사학위 최종 심사위원 중에 한 교수가 심술을 놓아 결국 학위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자동차 회사에서 일한다. 거기서 만난 착한 연하의 남자친구와 결혼한단다. 시댁 부모는 집을 살 돈을 선물로 주면서 신부를 대환영했다.  
 
우리 쪽 친척들이 누가 가나 알아보니 멀어서 모두 못 간다는 소식이다. 한국에 살 적부터 내가 서울에 가면 밤을 새우며 모여 종알대던 사촌의 딸이다. 오래전 나의 친정 모친 장례식 때 왔기에 우리 집에서 보고는 못 보았다.  
 
넉넉한 축의금도 주었고 나는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댈러스 공항에서 휠체어에 탄 나를 딸이 도와주어 칸쿤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탔다. 멕시코에 도착하니 주의해야 할 호객꾼들도 보여 나는 여권을 꼭 쥐었다. 스패니시를 유창하게 하는 외사촌이 비행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안심했지만 조금 긴장된 시간이었다.  
 
어두워진 저녁이라 사방을 볼 수 없어 알지 못했지만 숙소는 꽤 큰 리조트였다. 방 크기가 다양한 아름다운 콘도들이 즐비하게 서있고 자유롭게 탈 수 있는 핑크빛 자전거를 여러 개 대기해 놓은 골목 풍경이 특이했다.  
 


식당에 각지에서 날아온 수 십여명의 친구들로 왁자지껄했다. 결혼식 전야제는 신랑의 양부가 한 턱을 내었는데 블루 재킷을 걸치고 우리가 즐겨 부르던 ‘스위트 캐롤라인’ 등의 노래를 열창해 분위기가 무르익게 했다. 조카도 멋진 노래로 흥을 돋우었다. 모두 몸을 흔들며 잔을 들고 대화와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어울렸다.  
 
다음날 신부가 화장하는 동안 우리는 마사지를 받으며 쉬었지만 나는 가지 않고 책을 읽었다. 하얀 모래밭 위에 결혼식 꽃 아치가 세워졌고 하얀 제복을 입은 멕시코 악사들이 흥겨운 음악으로 하객들을 맞이했다.  
 
여자 주례자가 분홍과 파란색 모래가 들어 있는 시계를 놓고 식을 진행했다. 야자수와 석양의 하늘빛과 드넓은 파란 바다 풍경이 아름다웠다. 저녁 식사 후 수영장에 준비해 놓은 댄스파티가 절정이었다. 사돈 측 스펜서가 우리 모녀의 두 팔을 붙들고 홀로 데리고 나갔다. 땀을 흘리며 젊은이들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춤을 추었던 여름 밤은 내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신랑 친구들도 땀에 젖은 옷을 입은 채 수영장에 뛰어들어 폭소를 자아내었다. 매서운 모기가 무서워 밤 산책도 못했던 칸쿤의 한여름 밤이었다. 

최미자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