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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백조의 노래

그리스 신화에 ‘백조의 노래(Swan Song)’라는 것이 있다. 죽기 전이나 혹은 은퇴 전의 마지막 제스처 또는 공연을 일컫는 은유적 표현이다. 백조는 평소에 노래를 모르고 지내다가 죽음에 직면하여 아름다운(또는 슬픈) 노래로 스스로의 장송곡을 장식한다는 내용이다.  
 
기원전 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신화의 줄거리는 서양의 여러 문예작품에 소재로 쓰이면서 면면히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영국의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은 ‘죽어가는 백조(The Dying Swan)’라는 시에서, 백조의 마지막 노래를 실감 있게 묘사한다. 이 시는 많은 영감을 남기며 후에 발레로도 공연됐다 한다. 필자는 언젠가 그의 시를 읽은 적은 있으나, 발레 공연은 유감스럽게도 접할 기회가 없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백조와 거위’ 이야기이다. 어떤 부자가 백조와 거위를 사왔다. 거위는 식용으로 쓰고 백조는 노래를 듣기 위해서였다. 하루는 거위를 잡아 요리를 하기 위해서 뒤뜰에 나갔다가 실수로 그만 백조를 잡았다. 목숨을 잃게 된 백조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자 주인이 백조를 풀어주어 목숨을 건지게 됐다.
 
죽기 직전에 노래를 부른다는 백조의 이야기는 서양의 문학작품이나 음악을 통해 많이 인용돼 왔다. ‘백조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슬픔에 잠긴 노래를 부른다고 소크라테스가 말했다.’(플라톤) ‘백조는 자기의 죽음을 아름다운 노래로 마무리 한다.’(레오나르도 다빈치) ‘그가 선택을 하는 동안 음악을 틀어라. 만약 그가 지면 백조와 같은 마지막을 장식하도록 하라.’(셰익스피어 작품 ‘베니스의 상인’의 재판장)
 
슈베르트의 작품 중 ‘백조의 노래’는 그가 명명한 것이 아니고 출판인이 그의 생전 작품들을 모아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백조의 노래’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애써 왔으며, 더러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은퇴나 죽기 전의 마지막 흥행을 일컫는 ‘백조의 노래’는 여러 분야에서 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은 그 자체가 훌륭한 ‘스완 송’이지 않을까 싶다. 코비 브라이언은 마지막 고별 경기에서 소속팀인 레이커즈에 60점을 선사하면서 NBA 농구생활을 결산하는 신화를 남겼다. 역설적이게도 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에 유례 없는 비극을 남긴 히틀러의 마지막 ‘파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는지. 황혼의 제스처는 무엇이 됐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생 ‘스완 송’이 되게 마련이 아닐까.  
 
백조와 같이 청초하고 우아함을 간직한 글을 쓰고 싶다. 저녁 녘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 낙조를 가슴에 안고 해변가를 맨발로 산책하는 것은, 지금은 유감스럽게도 더 이상 못하고 있지만 나의 ‘백조의 노래’의 서곡이었을까. 나는 ‘스완 송’의 진수를 가곡 부르기에서 찾는다. 좋아하는 가곡과 함께 하는 시간은 황혼의 삶을 더없이 풍요롭게 감싸준다. 격조 높은 서정시를 배경으로 흐르는 주옥같은 멜로디는 매마른 정서에 안식을 선사한다.  

라만섭 / 전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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