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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도의 힘

북가주 오클랜드에서 남가주 버뱅크까지는 한 시간 정도의 비행거리다. 탑승 내내 저공비행이어서 창 밖을 내려다 보면, 밑에 펼쳐져 있는 땅과 산과 숲을 비교적 잘 볼 수 있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지도는 아마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사진을 찍어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았다. 그러자 곧 지도는 사진도 비행기도 발명되기 전에 이미 사용됐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수백년 전 유럽의 탐험가와 개척민들이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을 때에 지금의 지도보다는 덜 정교하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바다와 육지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를 항해사들이 사용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수백년 후인 21세기 현재, 북극에서 남극에 이르기까지 지구 구석구석의 위치와 크기를 그린 세계지도가 제작돼 전 세계 사람들이 손쉽게 보고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됐다.  
 
그러면 한반도 지도는 언제,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바로 떠오르는 이름이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는 김정호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구자인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김정호라는 이름과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는 것이 전부다. 어떤 경위로 지도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는지, 조선반도 지형의 어디까지 지도를 만들었는지, 또 완성한 삼천리 조선 땅의 지도가 얼마나 정확한지 등이 궁금해 역사 자료를 찾아 보았다.    
 


대동여지도는 지금부터 250년 전 철종 12년 당시 조선의 대표적인 지리학자인 김정호가 제작한  최고(最古)의 전국 지도로 병풍처럼 접고 펼 수 있는 22개 폭으로 돼 있다. 지금까지 나는 김정호가 직접 전국 8도를 걸어 다니면서 지도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없었을 텐데 삼천리 국토를 어떻게 걸어 다니며  손으로 그려가면서 지도를 만들었을까 하는 감탄과 의문을 품었었다.  
 
관련 사실을 알고 보니 대동여지도는 김정호가 직접 전국을 답사해서 만든 것이 아니고 이미 있던 여러 개의 지도를 종합하고 정리해 기존 지도들을 집대성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늘날의 지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확한 지도를 완성한 김정호와, 이전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선현들의 재능과 헌신에 감탄했다.    
 
동시에 당시 정부에서는 왜 이런 수많은 선각자들이 피땀을 흘려서 발견하고, 축적한 정보가 담긴 지도를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확한 지도는 국토의 지형과 지질을 파악해서 외부의 침입에 대항할 수 있는 정보를 담은 귀중한 자료이다. 이 정보를 잘 활용했으면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시작한 여러 호란과 현해탄을 건너서 침입한 왜란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 국토에 대한 지식은 농업, 어업, 임업, 광산업 등을 활성화해 전반적인 국가의 경제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역사를 돌아보면 글 잘해서 벼슬하는 것이 최대의 영광이었던 전통이 강했다. 김정호가 출생한 때부터라도 시문학에 전념했던 인재들에 못지않게, 백성의 삶에 직접 연관된 유용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수집, 축적, 활용하는 학문의 인재들을 많이 등용했으면 한국의 역사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김정호 출생 106년 후인 1910년 대한제국이 일본에 합병되는 국치는 면했을지도 모른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는 말에 새삼스레 동감을 했다. 

김순진 / 전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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