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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영국에서 느낀 차별금지법

지난달 영국 런던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 부커상 후보로 서점에 진열된 정보라 소설 ‘저주토끼’, 곳곳에 생긴 한국음식점을 보고는 ‘국뽕’이 차올랐다.  
 
하지만 몇몇 단상에서는 국내 상황이 대비됐고, ‘국뽕’과 상반되는 감정을 느꼈다.
 
무심코 튼 TV, 휠체어 탄 이가 나왔다. BBC의 ‘Escape to the country’란, 교외 보금자리를 찾아주는 방송이다. 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된 스티브 브라운은 영국 휠체어 럭비팀 주장 출신 방송인으로 장애가 무색하게 방방곡곡을 누빈다.  
 
장애인은 원고를 읽는 계약직 혹은 약자로만 방송에 나오는 국내 상황이 떠올랐다. 런던에서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 승강기를 타며, 버스를 타며 지체장애인을 종종 봤다. 장애인 입장에서 개선할 점이 있겠지만 한국보다 나은 건 틀림없어 보였다.  
 
국내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가 한창일 때, BBC코리아는 페이스북에 한 영상을 올렸다. 1995년 영국 장애인 단체 시위를 다룬 장면이었다. “기차 운행을 방해한 당신을 소환한다. 다른 사람의 일정이 지연됐고 이들은 불편을 겪었다”는 경찰의 말에 장애인 시위자는 “나는 그런 불편을 평생 겪었다”고 답한다. 그해 영국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했다. BBC코리아는 “27년 뒤 한국에서 벌어지는 풍경과 똑 닮은 시위”라고 평가했다.
 
며칠간 지낸 런던 숙소 주인은 투자은행 직원 J였다. 그는 에어비앤비에 “게이로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다”고 썼다. 높은 평점으로 성수기 예약은 쉽지 않은 곳이다. 학부 졸업 후 서울 K대에서 장학생으로 석사를 하고 삼성에 취업한 J는 저녁 없는 삶, 유럽에 대한 그리움, 성소수자에 대한 분위기 등을 두루 고려해 7~8년 전 한국을 떠났다. 그는 “삼성에서 일한 덕에 지금 회사로 이직할 수 있었고, 자신이 살던 홍대의 현재 모습이 궁금하다”고 했다.  
 
그가 한국에 살았다면 직장에 커밍아웃하고 파트너를 소개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었을까. 영국은 이전의 인종·성·장애 차별금지 관련법을 2010년 포괄적 평등법으로 통합해 장애, 성적 지향, 출산, 인종 때문에 불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제도화했다. 손흥민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 것도 이 덕분이다.
 
BTS 슈가는 아시아인 혐오를 논의하러 간 백악관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평등은 시작된다”고 말했다. 장애, 성적 지향도 예외는 아니다. 보수주의자 딕 체니 미국 전 부통령은 2009년 한 연설에서 “자유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동성혼 지지 의견을 밝혔다. 자유와 반지성주의.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의 열쇳말이다. 모두가 차별 받지 않고 동등한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법안과 그걸 반대하는 주장이 있다. 어느 쪽이 자유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반지성주의자가 아니라면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여성국 / 한국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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