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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 체취 문화(體臭 文化)

한홍기

한홍기

이민을 가게 되면 대체적으로 처음 만나는 문화 충돌은 언어, 음식, 풍습이며 아마 체취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나 아직도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 차이를 꼽으라면 자기 몸에서 나는 체취에 대한 차이 일 것이다. 특히 남성은 아직도 이 분야에서 절대적인 차이점을 느끼곤 한다. 많은 동양인들이 미국에 와서 한번씩 겪었을 첫번째 말 못 할 황당함이란 아마 영어 소통도 있겠지만 자신도 생각 못 했던 몸에서 나는 냄새에 관한 추억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 미국에 사는 사람들도 냄새가 없다는 게 아니라 몸 관리가 소홀한 편인 동양인들에게는 냄새가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즉 샤워와 향수 문화가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 오는 유학생들에게 하는 첫 마디가 샤워에 관한 것이다. 한국과 달리 여기는 세수라는 단어가 없고 대신 샤워라는 단어만 있으니 샤워가 끝난 후 남자이건 여자이건 가급적 옅은 향수라도 반드시 뿌리라는 주문이다. 이것은 매일 아침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행사하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다. 아니 아예 화장실 가운데에는 얼굴이 아니라 큰 모양의 손 닦는데만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곳 사람들은 매일 옷을 갈아입는다. 심한 사람은 신발도 자주 갈아 신는다. 갈아입는 옷의 기준은 속옷부터 겉옷까지 몸에 걸치는 것 백프로 전부다. 즉 양말, 내의부터 어제 입었던 옷이면 무조건 세탁소 행이다. 겉에 입는 양복까지 매일 갈아입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미국은 양복 문화보다 캐주얼 문화가 발달됐다. 양복을 입는 사람이 미국인 전체의 1%라면 과언일지 모르겠다. 하여튼 공무원으로 말하면 국장급, 대기업이나 은행은 임원급, 방송국은 화면에 나오는 앵커들, 그런 식이다. 그나마 금요일은 캐주얼 데이라 해서 사장부터 전 직원이 잠바떼기인 회사가 많다. 그러니 파티가 아닌 이상 젊은이들이 낮에 양복을 입고 돌아다니거나, 여성들이 화려한 정장을 한 모습은 가뭄에 콩나기다.
 
교포들이 거의 차지하고 있는 세탁소도 한국에 비하면 엄청 일거리가 많다. 그러나 동전을 집어넣고 세탁기를 돌리는 소위 빨래방이라는 데는 주말만 되면 며칠된 빨래를 산더미같이 들고 줄을 서있는 젊은이들이 기계 속으로 집어던지는데 다음 주에 새로 입을 속옷도 있지만 이부자리도 많이 눈에 띈다. 그나마 요즘 시카고에서는 소위 창고 형태의 대형 세탁 공장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동네마다 생겨 값싸게 처리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우르르 몰린다. 대기업의 횡포로 죽어 나가는 건 교포들 세탁소지만 그만큼 세탁 문화가 여기는 식문화만큼 중요하다. 아마 대형 식품 마트와 세탁소는 인플레 경기와는 관계없이 불황을 안탈 것만 같다.
 
과거 유학을 온 많은 지인의 자녀들에게 샤워 문화에 대해 설명을 해줬더니 그런 저런 잘 지내는 것 같았다. 그러던 차 얼마 후 부모가 마침 이곳을 방문하였을 때 이에 대한 설명을 잘 해달라고 주로 딸들이 부탁해 거두절미하고 아이 옷 좀 많이 사주고 가라고 했더니 아이 행색이 초라해서 그러냐고 해 다 같이 웃은 적이 있다. 덕분에 그 딸내미는 캐주얼 옷이 엄청 늘어나, 나만 보면 아저씨 최고란 소리가 연발이다. 아마 그 부모는 집안에서도 화장실 갈 때마다 손을 닦고 나오는 아이를 보고는 갑자기 결벽증에 걸린 게 아닌가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우선 아침을 여는 생활 습관부터 이렇게 다르니 나머지 하루 종일 하는 일과 잠자리 들기까지의 습관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문화란 세계 나라마다 각 가정마다 이렇게 작은 일이나마 아침을 어떻게 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한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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