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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향기로 읽는 계절

5월이 지나고 6월이 열린다. 5월의 향기가 가고 6월의 향기가 퍼지고 있다. 아카시아 진한 꽃내음이 사라지고 연두색을 지나 초록빛으로 물드는 나뭇잎의 싱그러움이 6월을 채운다. 무심히 지나치면 모두 같아 보이는 자연의 모습이 시절을 따라 다른 색채로 다가오고 있다. 봄이 열리며 드러나던 꽃잎과 새순, 따뜻해지는 바람과 촉촉해진 대지와 그 위에서 분주하던 벌과 나비와 새들과 더불어 살아나는 생명이 봄의 향기를 만들어 내었다. 사람들은 그 부드러운 감촉으로 봄을 깨닫고 봄의 세계로 즐거이 나아간다. 봄의 끝자락에 어느 사이 바뀌어버린 나뭇잎의 색깔과 움직임 속에 새로운 계절을 느끼며 새 계절의 문을 연다. 새로운 향기가 우리를 이끌어 간다. 그렇게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다시 돌아온 푸르른 계절이 반갑다.  
 
어느 시절의 향기를 기억한다. 어떤 풀잎의 향기를 기억한다. 그것이 좋은 것이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함께 다녔던 시간이 지나고, 생각 없이 손안에 가득 담아보던 싱싱한 풀잎의 때가 지나고 어느 날 문득 기억 저편에 가 있는 향기를 그리워한다.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와 낯익은 냄새로 인사하고 우리는 인사를 받는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유년기의 향기와 비슷한 청년기의 냄새를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돌아온 계절처럼 대접한다. 청년기의 향기와 비슷한 장년기의 숨결 또한 그렇게 상대한다. 삶의 어느 때 그 냄새가 진한 도전으로 다가오면 인생을 읽어보려고 향기의 목록을 뒤적인다. 어떤 지경에서 이 향기를 깨닫고 있는가 질문하고 답을 구해보는 몸짓이 바뀌는 계절 속에서 또 다른 체취를 만들어 낸다. 향기로 남게 될 것인가 조바심하면서.  
 
화초 중에 난이라 불리는 것이 있다. 이것을 다시 동양란과 보통 양란이라 불리는 서양란 2가지로 나눈다. 대체로 큰 특징은 꽃의 향기와 모양으로 구분된다. 꽃이 핀 동양란 화분 하나 방 안에 있으면 그 향기가 방안에 가득히 은은히 퍼진다. 그러나 꽃 가까이 가면 향기는 사라진다. 다시 물러서면 물결치듯 향기가 에워싸지만, 색채와 모양은 지극히 겸손하다. 화려한 꽃잎과 색채를 가지는 양란은 그러나 향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꽃내음이 건조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꽃잎과 색채로 방안을 화사하게 장식한다. 꽃향기를 대신하는 색채와 꽃잎의 향기라고 받아들여진다. 좋은 냄새뿐만 아니라 좋은 다른 무엇도 향기가 되어 우리에게 스며든다.  
 
로마의 역사책은 기독교와 로마 항목에 기독교의 승리 요인을 몇 가지 정리해 준다. 당시 사람들의 정신세계, 놀라운 여러 가지 이적 기사, 누구에게나 열린 희망의 약속, 기독교 공동체의 성장과 그에 따른 이익 등을 말하고 있으며 이에 더하여 당시 기독교인들의 순수하고 금욕적인 바람직한 생활방식을 들고 있다. 다른 많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상당히 야만적이었던 그 시대에 보이던 기독교인들의 향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짜가 아닌 향기는 사람을 감화시키며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한다. 사람들은 그것으로 사물을 읽어내고 선택한다. 인생을 네 가지 계절로 표현하여 말하기도 한다. 유년기의 향기로 읽는 봄과 청년기의 향기로 읽는 여름과 장년기의 향기로 읽는 가을과 노년기의 향기로 읽는 겨울이 언급될 때 각 계절이 자기의 향기가 있음을 잊지 않는다.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는 계절의 향기를 찾아보며 오늘도 발걸음을 옮긴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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