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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시안 증오범죄 강력 대처 필요

참 어처구니가 없다. 아시안에 대한 피해망상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텍사스주 댈러스에 위치한 한인 미용실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의 범행동기이다. 수사당국이 36세의 흑인 남성 제레미 테런 스미스를 체포해 기소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댈러스 경찰에 따르면 그는 망상을 품고 공황 상태에서 자주 아시안을 공격했다. 총격범의 여자 친구의 진술도 일치했다. 2년 전 스미스가 아시아계 남성이 연관된 자동차 사고를 겪고, 아시안이 자신을 뒤쫓거나 해치려 한다는 망상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의료시설에 입원한 적도 있다. 과거 직장에서 아시아계 상사에게 폭언해 해고되기도 했다.
 
이 같은 망상으로 인해 무고한 한인 여성 3명이 팔과 발, 등에 총상을 입었다. 사망자가 없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하마터면 ‘애틀랜타 총격사건’이 재연될 뻔했다.  
 
지난해 3월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아직도 한인들의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아있다. 20대 백인 남성인 로버트 에런 롱은 마사지 업소 등을 돌아다니며 총을 난사해 한인사회는 물론 미국 전역에 충격을 주었다. 유가족들은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댈러스 총기사건과 관련된 스미스는 살인무기를 사용한 가중폭행 등 3가지 혐의가 적용돼 기소됐다. 댈러스 경찰은 최근 현지에서 아시안 상점서 발생한 2건의 총격사건과도 연관이 있다며 여죄 수사에 나섰다. 연방수사국(FBI)도 이번 총격과 관련한 증오범죄 수사를 개시했다.
 
이 같은 신속한 대응은 애틀랜타 총기사건 때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시 희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었다. 수사 초기에 현지 경찰은 범인의 ‘성 중독’을 언급하며, 증오범죄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논란과 우려가 번진 것은 당연하다. 결국 현지 검찰이 여론에 굴복해 사건 용의자에게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하면서 의미있는 변화를 보인 바 있다.
 
이후 미주 한인사회는 물론,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하나로 뭉쳐 ‘아시안 증오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인종 증오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해 5월 압도적으로 의회를 통과한 ‘아시안 증오범죄 방지법안’에 신속히 서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증오범죄에 대응하는 입법 조치였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 같은 조치에도 증오범죄는 미국 전역에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아직도 미주사회에 아시안에 대한 편견이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안을 향한 무차별 공격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이 바이러스 발원지라는 인식이 주류사회에 널리 퍼진 탓이다. 미주 한인들도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주 한인들의 피해는 중국계 다음으로 많다.  
 
아시아계 미국인 인구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배로 늘어났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인종 그룹이다. 그 규모는 현재 2200만 명에서 오는 2060년 46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덩치는 커졌지만 미국사회에서 아시아계는 고학력에 부유하고 성공한 이민자의 전형으로 편중되게 그려지고 있다. 게다가 아시아계는 주류사회가 만든 ‘모범적 소수계’란 틀에 갇혀 있다. 이로 인해 증오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등 이중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상당수가 영어가 능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 사실의 경찰 신고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피해 사례 가운데 언어 폭력이 제일 많지만 신체 폭력도 상당하다.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애틀랜타 총기사건’의 비극은 언제 다시 재현될지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대형 총기사건은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이번 댈러스 총격사건 수사를 계기로 미국 사회 전체에 아시안 인종차별 범죄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 수사당국은 끝까지 증오범죄 혐의를 밝혀, 일벌백계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시안을 향한 증오와 폭력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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