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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다방 커피'의 추억

나는 아직도 커피 가루에 설탕과 크림을 듬뿍 넣은 커피를 즐긴다. ‘초이스 커피’라는 상호로 나온 커피다. 일명 ‘다방 커피’다. 옆에서 내가 이런 커피를 마시는 것을 본 딸은 “엄마는 아직도 다방 커피야”하며 웃는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진한 커피향과 더불어 그 달달하고 쌉싸름한 맛이 좋다. 오히려 나는 쓰디쓴 블랙 커피를 무슨 맛으로 마시느냐고 반문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느 날, 한 선배가 나를 다방에 데리고 갔다. 그 시절 학생들에게 다방은 출입이 금지된 장소였다. 그곳에서 처음 마신 커피의 향과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빛바랜 노트 속에 혼자 적어 내려갔던 첫사랑이자 짝사랑의 감미로운 선율처럼….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곳에 어느 날부터 시장이 열렸다. 시장의 구석 한 켠에는 도깨비 시장이 생겼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온갖 물건들이 요지경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는 잊지 못할 물품들이 몇몇 있었는데 바로 ‘뽐뿌로션’이다. 지금 미국에 와서 보니 제일 흔하고 막 쓰기 좋은 그 로션이 미제란 이름만으로도 고급품 취급을 받았다. 당시 시집가는 새색시들이 혼수품으로 준비하는 물품 중의 하나였다. 손에는 아까워서 못 바르고 얼굴에만 조금씩 찍어 바르던 그 귀한 미제 로션. 그런데 미국에 와보니 얼굴용이 아니고 손에 혹은 몸에 바른다는 것을 알고 고소를 금치 못했다.  
 
다 지나간 세월의 추억 한 토막이다. 그래도 추억은 아름답다. 내놓을 만한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는 일들이건만 추억이라서 아름답게 채색돼 있다.  
 
무지개는 허공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찰나에 사라지고 만다. 추억도 또한 그렇다. 그래도 옛날을 기억하고 웃음지을 수 있는 내 언덕이다. 아직도 다방 커피를 즐기는 촌스러운 엄마이지만….

노영자·풋힐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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