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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오빤 강남 스타일’을 신고해야 하나?

밤 10시가 넘었다. 별은 총총히 빛나는데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이어 웃음소리와 시끄러운 음악은 계속 들렸다. 이사 온 지 두어 달 된 길 건너 집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초저녁부터 시작된 파티는 곧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잠을 자려고 했지만 요란한 음악이 귀에 거슬렸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우리 집 길가도 주차된 차로 복잡했다.  
 
‘그래 이사 와서 처음 하는 파티 같으니까, 9시까지는 참아 주자’하고 속으로 다짐했다. 9시가 넘었다. ‘늦은 밤이니까, 10시면 끝날 거야. 끝나겠지’하며 기다렸지만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화가 나서 911에 전화하려는데 난데없이 한국말이 들렸다. 오빤 강남스타일. 성능 좋은 스피커를 통해 ‘오빤 강남 스타일’ 노래가 잡음 없이 들렸다. 곧 말춤을 추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싸이가 보이는 듯했다. 911 오퍼레이터가 “어떤 응급상황이죠?”하고 “지금 무슨 노래가 나오냐?”라고 물을 때 싸이의 ‘오빤 강남 스타일’이라고 할 순 없었다.  
 
국가 기밀을 파는 것도 아니고 법에 저촉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헤이. 섹시 레이디. 오빤, 오빤 강남 스타일’을 노래하며 열심히 말춤을 추는, 2012년에 빌보드 핫 100에 2위를 7주씩이나 한 싸이를 고발할 순 없었다. 더욱이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을 가진 나이기에 참아야 했다.
 
옆에 있던 남편이 이 경우에는 911이 아니라 차라리 동네 경찰서로 직접 전화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 하긴 어차피 동네 경찰이 출동할 것이니, 그것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동네 경찰서 전화번호를 인터넷에서 찾고 있는데 10시 반이 넘었다.
 
순간 요즘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는 귀에 익은 음악이 들렸다. 이 시간이 아직 초저녁인 딸아이에게 지금 나오는 노래는 누가 부르냐고 물었더니, BTS라고 했다. “뭐라고?”에 이어 “나 원 참” 소리가 절로 나오며 말을 잃었다.  
 
전화 걸던 나의 손이 멈칫하자, 남편이 BTS는 누구냐고 물었다. 난 꽃보다 더 아름다운 아들뻘 되는 아이돌 스타의 사진을 보여주며 한국 가수들이라고 했다.
 
남편이 기가 막혀 하는 얼굴을 하면서 옆에 앉았다. BTS, 방탄소년단은 2018년에 LOVE YOURSELF 轉 ‘Tear’를 발매해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했으며, 또한 한국 음악 그룹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르기도 한 그룹이다. 한류가 대세는 대세다.
 
어느덧 11시가 되었다. 911 오퍼레이터에게 ‘BTS’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우린 이 노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아니 기다려야만 했다. 누가 전화했는지, 드디어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경찰이 스피커로 파티가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음악이 멈추자, 소란하던 세상이 다시 고요해졌다.  
 
미국에서 산 연수가 한국의 두 배가 넘는 나와 아주 어려서 한국을 떠난 1.5세 남편. 우리의 두고 온 조국 대한민국을 향한 애국심을 테스트한 날이었다.

이리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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