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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합창

제비꽃 무리 지어 피어 있다.
 
여린 것들은 모여야 착함이 되는 듯 다붓다붓 모인다.
 
 
 
우리도 둥글게 모여 앉던 때가 있었다.
 


고만고만한 키들이 서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방향을 가늠하느라 목이 휜 바람은 봄의 솔기 사이에 기대앉고
 
구릉을 넘으려고 햇살은 길게 목을 늘인다.
 
 
 
우리가 마주치던 곳이 점점 가팔라져 그랬을까
 
웃자란 마음들이 부딪치기 시작했다.
 
 
 
고사리 군락지 옆을 지나는 개울물 목청을 높인다.
 
흘러가는 것은 미덕이다.
 
 
 
시간의 총애를 받고 키가 크기도 했지만
 
자라지 못해 안달하기도 했지만
 
 
 
제비꽃 모인 곳으로 찾아든 웃음들이
 
입을 한껏 벌리고
 
 
 
화해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을 향해
 
목소리를 고른다.

조성자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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