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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간선거 최대 변수는 ‘물가 잡기’

홍희정 JTBC LA특파원·차장

홍희정 JTBC LA특파원·차장

“아무것도 안하고 숨만 쉬어도 한 달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이렇게나 많을 줄 몰랐어요.”
 
LA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3개월쯤 된 한 주재원의 하소연이다. 집, 자동차, 공과금, 자녀 교육비, 최소한의 식비 등만 해도 많다. 여행이나 쇼핑은 그저 사치에 불과하다고 했다.  
 
가장 큰 부담은 단연 렌트비라 했다. 한국과 비교하긴 그렇지만 방 두 개짜리 아파트 사는데 월 3000달러 이상은 기본이다. 수십년 된 오래된 건물에 평수도 그리 크지 않은데 말이다.
 
자동차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LA에서 자동차는 필수인데, 중고차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어떤 차는 공급 물량이 부족해 프리미엄을  5000~6000달러 더 줘야만 구입이 가능하다. 그것도 몇 달을 기다려서 말이다.  
 


식비는 또 어떠한가. 최근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점심 외식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식당에서 점심 먹는 게 부담스러워 출근이 꺼려지기도 한다. 마트에서 장 볼 때마다 ‘헉’소리를 내는 주부들도 많아졌다. 가격표 위에 슬쩍 올린 금액의 스티커가 덧붙여 있는 상품들도 여럿 눈에 띈다.  
 
그나마 희망을 가졌던 주식마저 절반 이상 손실을 봤다. 흔히 금리를 내릴 경우 주식시장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금리를 올리면 투자 자금이 예금과 국채로 몰리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에 악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추가 금리 인상과 높은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 대비 8.5%를 기록해 41년 만에 최고치로 솟았다. 오늘(11일) 발표를 앞둔 4월 미국 물가 상승률이 다우존스 예상 수준인 8.1%를 웃돈다면 Fed의 통화정책 긴축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쇼크가 나타나면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소비자들의 4월 예상 인플레이션은 전달 대비 0.3%p 하락했다고 연준이 발표했으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강한다 해도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특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금리인상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저소득 가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 설명했다. 금리인상으로 물가가 잡히면 저소득 가계에 보탬이 될 수 있겠으나, 그 과정에서 모기지 비용이 증가하고 여러 방면의 경기침체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수요의 감소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공급 회복은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난다 하더라도 경제 제재로 인한 원자재 난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공급이 계속 위축되는 속에서 수요마저 줄어든다면 경기 불황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불황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크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의 참고 사례로 요즘 ‘볼커 시대’가 자주 등장한다. 폴 볼커가 의장이던 연준은 기준금리를 10%p 넘게 올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는 경제정책에 실패하며, 엄청난 물가상승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린 국민의 원성을 받아야만 했다. 물가 급등이 최대 변수로 꼽히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정부가 어떤 물가 대책을 내놓을지, 그리고 실제로 서민들이 그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희정 / JTBC LA특파원·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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