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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종차별’이라는 이름의 독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스탠퍼드대학을 거쳐 산호세에 이르는 지역은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비롯한 수많은 컴퓨터 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는 첨단기술 지역이다. 주민 중 외국인, 외국학생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 외국계 주민들의 대부분이 아시안이며 아시안 중에서 가장 눈에 띄게 많은 사람들이 인도계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한 회사의 최고경영자를 포함해 많은 회사의 CEO가 인도 출신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도계는 첨단 컴퓨터 기술에서만 큰 성공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를 포함해 북가주 전체의 많은 의사들이 인도계다. 미국 내 의사의 인종분포를 찾아보니 백인 의사가 56%, 아시안이 17%이다. 인도계만의 비율을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주목할 현상이 있다. 현재 미국 내 병원에서 근무하는 레지던트 중 20%가 인도계라는 통계다. 수년 안에 미국 내 의사 5명 중 1명이 인도 출신 의사일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환자들은 백인 의사를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갑자기 인도 출신 의사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수년 전부터 건강을 돌보아 주었던 의사 중 몇 명이 인도계이기 때문이다.  
 
마침 최근에 읽었던 단편소설 중 인도계 의사 한 명이 모국인 인도에서 겪었던 심한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작품이 있다. 소설의 제목은 ‘독(Poison)’이고, 저자는 영국 소설가 로얼드 다알이다. 등장하는 인물은 친구 사이인 해리와 팀버라는 두 명의 영국인들과 이웃에 사는 인도 의사 갠더베이 등 3명이다.  
 


20세기 초 배경은 인도 한 타운에 있는 방갈로다. 어느 날 팀버가  밤늦게 귀가 하니, 친구 해리의 방에 불이 켜져 있고 문을 노크해 보니 해리가 작은 소리로 팀버를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지금 자기 배 위에 독사(크레틴)가 올라와서 잠을 자고 있어 두 시간 동안 꼼짝 못한 채 누워있었다고 속삭였다. 팀버는 즉시 이웃에 사는 인도 의사 갠더베이 를 불러왔고, 의사는 방에 들어와 상황을 보더니 가방에서 필요한 약품과 기구를 꺼내 완전 침묵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필요한 조치를 했다. 두어 시간이 지난 후 의사는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내 보니 독사는 없었고, 있었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의사가 물었다. “해리씨, 크레틴을 진짜로 보셨어요? 혹시 꿈을 꾸신 것 아니에요?” 그러자 잠옷차림으로 침대 위에 서서 “이제 살았다” 소리치던 해리는 의사에게 욕설을 쏟아냈다. “시궁창 속 더러운 쥐새끼야, 내가  거짓말을 했단 말이냐?” 아무 대꾸를 안 하는 의사에게 해리는 계속 “이 시커먼 힌두야…”라고 소리쳤다.  
 
의사는 아무 말 없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옆에 있던 팀버가 얼른 의사를 따라 밖으로 나오면서 친구를 대신해 사과를 했다. 그때서야  의사는 “당신 친구, 휴가가 필요한 것 같네요”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가버렸다.  
 
저자 자신도 영국인이지만 남의 나라에 와서 400년 동안 주인 노릇을 했던 자기 조상들의 오만과 편견을 담담하게 그렸다.  
 
이야기의 제목인 ‘독’은 뱀의 독이 아니고, 인종차별의 독을 의미한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해석이다.

김순진 /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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