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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식시장에 부는 찬바람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인구에 회자되는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첫 구절이다. 이 표현은 적어도 현재 주식시장에 딱 들어맞는 것 같다. 나스닥, 다우존스, S&P500 등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어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더 강력한 긴축’예고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5월 0.5%p 금리인상’ 발언 파장은 의외로 컸다. 더 큰 파장은 그가 물가 안정을 위해 이런 ‘빅스텝(Big Step)’을 여러 번 밟을 수도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준이 매파(통화긴축 선호) 행보를 예고한 후 한국, 일본, 중국(홍콩 포함)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일제히 휘청거렸다.  
 
투자자들이 금리인상 여파로 경제성장 동력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 경제가 부진의 늪에서 당분간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증시는 올 들어 약세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후유증으로 지속되고 있는 살인적인 인플레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실제 미국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나 상승했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10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고공 인플레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임금 상승세도 가파르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최근 장거리 트럭 기사의 연봉을 11만 달러로 제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장거리 트럭 기사의 평균 연봉은 5만2240달러였다.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자 기업들이 앞다퉈 높은 임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임금-물가의 악순환을 불러와 인플레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장기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에 따라 연준이 전쟁 여파에 따른 경기 충격을 고려해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연준은 기대와는 달리 물가 안정을 우선 순위로 선택했다.
 
이에 따른 실망감으로 최근 손절매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늘고 있다. 손절매란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고, 그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뜻한다. 가장 좋은 투자는 손절매 하지 않을 종목을 고르는 것이지만 신이 아닌 이상 정확한 주가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손절매를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하락 폭이 크면 클수록 원 금액으로 상승하기 위해 더 큰 여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손절매를 과감하게 실천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손절매는 보험과 같은 것이라고 조언한다. 제때 손절매를 못하면 발톱만 자르면 될 것을 다리, 몸통까지 잘라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른바 ‘깡통계좌’ 주인이 되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과 같은 경기 하강국면에서는 필수 소비재 종목을 추천한다.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매출과 이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최대 음료 회사인 코카콜라의 경우 올 1/4분기 매출 105억 달러, 순이익 28억 달러를 기록,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실적도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개선됐다. 덕분에 올해 코카콜라 주가는 10% 이상 상승했다. S&P500이 올해 들어 5% 이상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성급한 손절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약세장에서 여유자금으로 새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마땅하나, 이미 투자한 종목은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게 신중론자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기다리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심리이다.
 
‘정기예금 1년은 기다려도 주식은 6개월을 못 기다린다’는 주식 격언이 있다.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내심이냐, 아니면 ‘울지 못하는 새는 한 칼에 베어버린다’는 오다 노부가나의 결단이냐. 어차피 소액투자가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울지 않는 새를 울게 만들 수는 없다.  
 
이참에 자신의 주식 투자전략을 다시 점검하고, 새 포트폴리오를 짜는 지혜가 필요하다.  

권영일 / 애틀랜다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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