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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코로나 속 봄 소풍

아득히 먼 옛날에 경험했던 설렘. 소풍 전날 밤에 잠 못 들고 뒤척이던 기억이 선명하다. 늦잠 자다 버스 놓치면 어쩌지? 알람 맞추고 몇 번 확인하고, 가까이 두면 얼른 손 뻗어 알람 끄고 다시 잠들까 두려워 멀찌감치 놓았다.
 
아직 팬데믹의 꼬리가 굵게 위협하고 있지만 패기 넘치는 두 협회 회장님들의 의기투합으로 재미시인협회와 미주한국문인협회 주관으로 봄 소풍이 결정되고 공고되었을 때. 갸웃뚱 반신반의 반응이 없지 않았으리라. 갈 수 있을까? 가도 될까? 참가 희망자가 없어 취소되지는 않을까? 아직 오미크론에다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도 빼곡 얼굴을 내밀었으니 불안하다.
 
‘자슈아트리’라고 공고가 났을 땐, 10여년 전 암벽등반을 배우며 자주 갔던 곳이라 반가웠다. 그늘 하나 없고 땡볕에다 넓은 터가 없어 단체가 관광할만한 곳이 아닌 것에 의아했지만 개인적으론 한참 헤어져 있던 친구라도 다시 만나는 듯한 기쁨에 들떠 있었다.
 
사실 관광이라고 할 수도 없다. 뭐 볼 게 있다고. 바위 타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글쓰는 사람들이 모여 차분히 낯선 문우들과 교감할 만한 장소가 없다. 대형버스를 대절했으니 마땅히 주차할 공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섣부른 나의 기우였다. 나름 신선한 느낌으로 즐기는 모습들이 여기저기 몽글몽글 피어나고 있다.
 


 두 단체가 콜라보로 이루는 봄 소풍이다. 이름도 얼굴도 처음 대하는 회원들이 다수 있음에도 주최 측의 노력으로 매끄럽게 섞여진다. 열 한 시간을 공유하는 버스 여행이다. 특별한 진행 없이는 자칫 무료하게 잠이나 자면서 재미없다고 투덜대기 십상이다. 몇 사람이 분담해서 고생스러운 봉사를 해준 덕에 모든 참가 회원들이 재밌었다고 입을 모은다.
 
자유롭게 뭉쳐서 어디든 갈 수 있던 때의 소풍은 이런 짜릿한 흥분을 만날 수 없었다. 집콕해라. 마스크 착용해라. 거리두기 지켜라. 가까운 친구도 만날 수 없었다. 가족 병문안도 금지다.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  
 
색깔이 닮은 사람들끼리 가슴을 열었다. 작정하고 소란을 피우자 했다. 많이 시끄럽긴 했다. 아무튼 큰소리로 무식하게 여러 번 웃었다.  
 
잘 섞이지 못하고, 낯가림이 심한 글쟁이들이지만 무대에서 망가지는 극소수의 희생자들로 넉넉하게 따뜻했고 넘치게 즐거웠다. 센스쟁이들이 많으면 그만큼 더 풍요로운 시간을 꾸밀 수 있다.  
 
주머니 털어 값 나가는 상품 가득 준비한 회원들도 있다. 간식거리 대령시킨, 사이즈가 작은 간을 가진 누군가도 있다. 대부분은 공짜에 눈이 멀었던 우리들이다. 그래도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버스 천장을 날린다.
 
예약하고 참가하지 않은 회원들 땅을 치고 후회할 거다. 지난 세월 경험했던 평안하던 시절의 그런 소풍이 아니었음을 어찌 글로 설명할거나. 행복해서 죽을 거 같다. 아니지. 천배 만배나 살 것 같다. 가슴도 뻥뻥 뚫렸고, 넘넘 좋아서 헤프게 웃음을 흘리고 있다. 오래 그럴 거다.

노기제 / 통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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