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업계 '노동법 브로커' 골치…벌금 해결 미끼 돈 요구
노동법 단속 강화 여파
특히 올해 들어 ‘피스 워크(piece work·생산량에 따른 임금 산정 방법)’ 금지 등으로 단속이 늘어나자 이를 이용해 변호사를 사칭한 뒤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9일 LA지역 한 봉제 업체가 시간당 임금 등 피스 워크 관련 문제로 적발, 노동부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 과정에서 의류 매뉴팩처사인 A사도 벌금을 물게 됐다.
A사를 운영하는 전모 대표는 “처음 있는 일이라서 당황했는데 이씨 성을 가진 한인이 찾아와 자신이 노동부 벌금 등을 해결해주겠다고 했다”며 “이 사람은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하며 4000달러를 요구했는데 알고 보니 변호사도 아니었다. 주변 업주들 중에는 실제 돈을 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모씨가 건넨 명함을 보면 자신을 ‘O’ 노동법 법률 그룹 대표이자 변호사로 소개하고 있다.
본지가 가주변호사협회(SBC)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씨에 대한 변호사 등록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또 이씨가 주장하는 ‘O’ 노동법 법률 그룹은 지난해 8월 가주세무국(FTB)에 의해 비즈니스 정지(suspension)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브로커 이모씨는 27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변호사가 아닌 건 맞다. 대신 노동청 행정 소송 같은 건 나 같은 사람이 대신 할 수 있다”며 “바빠서 더 이상 통화를 할 수가 없다”고만 말했다.
노동부 단속반도 LA 봉제 업계 내 브로커 활동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제이미 김 변호사(LK 법률그룹)는 “우리 클라이언트도 그런 피해를 입을 뻔해서 내가 노동부 조사관(카리나 루에바노)에게 직접 연락을 했었다”며 “그 조사관은 한인 봉제 업계에서 변호사를 사칭한 브로커의 활동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인 봉제 업계는 팬데믹 사태로 인한 불경기 여파와 계속되는 노동법 단속, 변호사 사칭 브로커 활동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봉제 업계 관계자인 박모씨는 “노동청 등 단속이 늘면서 곧바로 업체를 상대로 벌금을 해결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브로커들의 활동 때문에 봉제 업계에서는 계속 논란이 있었다”며 “영어가 안 되는 업주들은 그런 제의를 하는 브로커에게 법적인 일을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해결도 안 되고 금전적 피해를 입은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주에서는 올해부터 피스 워크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SB62)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간당 임금(hourly wage) 지급에 대한 단속 역시 증가하다 보니 봉제 관련 노동자가 가장 많은 LA에서 변호사를 사칭하는 브로커들의 활동 역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연방노동부에 따르면 실제 LA-롱비치-애너하임 지역의 봉제 노동자는 1만129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만큼 주요 단속 대상 지역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노동법 전문 박수영 변호사(피셔&필립스)는 “노동법 행정 소송 등과 관련해 일반인이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법률 조언 등은 못하게 돼있다”며 “법적 절차에 있어 잘못됐을 때 책임도 없다. 반드시 전문 변호사를 통해 조언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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