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존버·졸혼’ 퍼뜨린 촌철살인 작가…소설가 이외수
기행으로 주류와 차별화
에세이·SNS 대중적 인기
1946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견습 어린이들’로, 75년 월간지 ‘세대’에 중편소설 ‘훈장’으로 등단했다. 80년대 초반 이문열·박범신·윤후명·김원우 등과 함께 ‘작가’ 동인으로 활동한 고인은 동물적 폭력이 횡행하는 비윤리적인 세상에 맞서 어떻게 타락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섬세한 감각으로 천착했다. 후배 소설가 하창수 씨는 “춘천교대에서 미술전공을 해서인지 시각적으로 즉각 환원되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갖춘 분”이었다고 평했다.
1978년 장편 ‘꿈꾸는 식물’ 출간 당시 문단과 독자의 반응이 특히 폭발적이었다. 당대의 평론가 김현이 ‘섬세한 감수성과 뛰어난 상상력이 충격적’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기행을 서슴지 않아 문단 주류와는 거리를 두는 방외인의 모습이었다. 데뷔작을 두고 “영하 10도가 넘는 한겨울에 움막 같은 방에서 30촉짜리 백열등을 난로 삼아 꽁꽁 언 밥을 망치로 깨 먹으면서 쓴” 작품이라고 밝혔다.
대중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건 촌철살인을 담은 에세이를 통해서였다. ‘하악하악’ ‘아불류시불류’ 등 대중적 에세이로 젊은층의 공감을 얻었다.
2012년 혜민 스님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된다”는 고인의 발언을 옮겨 ‘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존버’라는 단어를 퍼뜨리기도 했다. 당시 66세였다.
2019년 미스 강원 출신의 부인 전영자씨와 결혼 43년 만에 ‘졸혼’을 선언하며 ‘결혼생활의 졸업’이라는 화두를 한국 사회에 던진 주인공이기도 하다. 집필활동 외에도 트위터 등 SNS로 촌철살인을 하는 모습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고, 화려한 말솜씨로 CF, 토크쇼, 예능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송 활동을 했다.
경남 함양 출생이지만 외가가 있는 강원도 인제에서 자라난 고인은 강원도 춘천에서 오랜 기간 집필활동을 했다. 고인이 2006년 이주한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은 ‘이외수 마을’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대사,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 소셜미디어 명예 홍보대사를 지냈고 2013년에는 화천군 홍보대사에 임명되기도 했다.
고인은 2014년 위암 2기를 진단받고 수술 뒤 회복한 바 있으며, 이후로도 꾸준히 대중과 소통하며 집필활동 했으나 2020년 3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최근까지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전씨와 한얼, 진얼 두 아들이 있다. 빈소는 호반장례식장이다.
신준봉·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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