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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대통령의 친구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선에서 패배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밤을 지새웠다. 경희대 법학과 72학번 동기동창인 박종환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와 함께였다. 경찰 출신인 박 전 총재는 문 대통령의 40년 지기다. 경희대 법대생 중엔 자퇴하고 다시 시험을 쳐서 서울대나 고려대 법대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경희대에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서 당선됐다. 박 전 총재는 1년 뒤인 2018년 4월 자유총연맹 제17대 총재로 취임했다. 350만 회원을 둔 자유총연맹은 행정안전부 예산을 지원받는 관변단체다. 역대 정부에서도 청와대와 가까운 군·경찰 출신, 정치권 인사가 총재에 오르곤 했다. 전임 지도부는 총재 선출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물러났다.
 
박 전 총재가 친구와 자신의 행보를 상의했는지 여부 못지않게 궁금한 것은 19대 대선 이후에도 두 사람이 종종 술잔을 기울였는지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평일엔 공용 휴대전화를 썼다. 취임 전에 쓰던 개인 휴대전화는 주말에 열어보곤 했다.
 
대통령이 됐다고 친구 하나 없이 외롭게 지내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대통령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절친’ 꼬리표는 서로에게 부담이 된다. 잘해도 ‘측근’이라는 소리를 듣고, 못 하면 ‘정실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누구보다 폭넓은 인맥과 학맥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79학번 친구들의 선택에 주목한다.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은 내각에 입후보했다. 윤 당선인과 서울 대광초, 서울대 법대를 함께 다닌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에게 “5년 뒤 만나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역시 서울대 법대 동기인 배진한 변호사는 “친구들 몇이서 당선인과 소통하는 ‘쓴소리 방’을 만들까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대통령 자리는 고독한 자리”라며 “당선되고 나서부터는 숙면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불면의 날이 많을지 모른다. 당선인 친구들의 진짜 우정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친구 윤석열과 대통령 윤석열 사이의 선을 지킬 자신이 없다면 당선인 근처에 가지 않는 게 옳을 것이다. 그게 고독한 대통령을 돕는 길이다.

위문희 / 한국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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