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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사 시스템의 글로벌 스탠더드

교황청 소식을 전하는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8일 이탈리아 최고사법위원회 위원들에게 “정의는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때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자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서로 동맹을 맺을 때 의로운 이가 모든 이를 위해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와 맞물려 그리스도교 축일인 부활절 즈음에 교황 말씀의 울림이 무척 크게 느껴진다.
 
바티칸시국이 있는 이탈리아는 범죄 조직의 대명사인 마피아가 있는 곳이다. 필자는 지난해 이탈리아 검찰총장과 회담했고, 지난 2월 마피아의 본거지인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검사장을 만났다. 이를 통해 이탈리아 대검과 지검에 마피아 전담 수사부서가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1992년 마피아와 결탁한 정치인들을 수사한 ‘마니 풀리테(Mani pulite·깨끗한 손)’ 운동 와중에 판사 1명과 검사 1명이 사망하면서 대대적인 마피아 검거로 큰 성과를 거뒀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검사들은 이탈리아처럼 직접 수사할까. 국제검사협회(IAP)는 177개국 검찰로 구성된 전 세계 유일의 검사 간 국제기구다. IAP는 초국가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유엔 주도로 1995년 출범했다. 필자는 2011년부터 IAP 집행위원·부회장을 거쳐 2019년 9월부터 회장으로 활동하며 각국 검찰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었다.
 
검찰의 기능과 역할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각국 검찰은 공통으로 수사·기소·공소유지가 주요 업무다. 기소와 공소유지는 대부분 검찰이 전담하고 있다. 수사는 기소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민주적 체제와 사법제도를 갖춘 나라에는 일반적으로 검찰에도 수사권이 있다.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사가 나눠 하는 사례로 미국과 영국이 언급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미국의 경우 중대사건을 다루는 연방검찰청은 연방검사가 수사 개시 권한을 갖고, 연방수사국(FBI) 등 연방수사관들과 협의해 수사를 진행한다. 주검찰청 검사들은 경찰 송치사건의 보완수사는 물론이고, 중요 사건을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별도 부서도 갖고 있다.  
 
검찰이 없던 영국은 법률 전문가들에 의한 수사·기소 전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1985년 검찰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1988년 중대범죄수사청을 창설해 검사와 수사관이 협력해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고 있다.
 
수사와 기소 주체의 설정에 관한 대표적 글로벌 스탠더드는 유럽 대륙에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이탈리아는 물론 독일·프랑스를 필두로 거의 모든 국가의 검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국 검찰은 검찰 공조기구인 유로저스트(Eurojust)를 통해 체포영장 등 각종 영장을 국경을 초월해 집행한다. 필요하면 다국적 합동수사팀을 운영하는 등 선진적 국제형사공조 모델을 선도해 왔다.
 
EU는 부패·경제·조세·자금세탁 등 초국가범죄 대응이 미흡하자 지난해 6월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초국가 검찰청인 유럽검찰청(EPPO)을 새로 만들었다. EPPO는 유럽검찰총장과 22개 회원국 출신 유럽검사로 구성된다. 구체적 사건의 수사·기소·공소유지는 해당 사건의 관할이 있는 회원국 수임검사가 담당한다. EPPO는 검사의 수사와 기소를 통해 일관되고 효율적인 법 집행을 도모하고 있다.
 
다음 달 오스트리아에서 EU 검찰총장 회의가 열리는데 주요 의제는 EPPO  활성화 방안 등이다. 필자는 IAP를 대표해 기조연설을 준비 중인데, 세계적 추세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향으로 검수완박 입법이 추진되는 한국의 현실을 보면 자괴감이 든다. 우리나라도 적절한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수사가 당연히 전제돼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합당한 시스템이 정착되길 소망한다.

황철규 / 국제검사협회(IAP)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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