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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In] 10년 가슴앓이, 코리아 콘퍼런스

정구현 선임기자·부장

정구현 선임기자·부장

안개가 내려앉았다.  
 
배 위에서 밤바다는 소리로만 보였다. 보이지 않는 소리는 4층 갑판에서 안개처럼 스멀거렸다. "행사가 잘될까?" "올해 한번으로 끝나는 거 아니야?"
 
지난달 24일 마리나델레이 해상 요트 위에서 열린 코리아콘퍼런스 출범식이 끝나갈 무렵이다. 몇몇 참석자들은 여전히 행사에 대해 몰라 수군거렸다. 설명을 듣긴 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눈치다. 그러니 기대도 우려도 말의 끝은 물음표였다.
 
담당 취재기자로서 그 질문의 답을 행사 전 여러 차례 보도했다. 코리아 콘퍼런스는 한국의 혁신 기술과 K브랜드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는 행사다. 한국 유망 스타트업ㆍ중소기업을 행사에 초청해 그들의 원천기술과 콘텐츠를 글로벌 대기업 등 투자자에게 소개한다. 그래서 투자를 유치하고 미국 시장 진입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문장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이해 못 하는 이유는 '그게 될까'라는 의구심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필요성을 누차 설명한 취재기자로선 답답한 노릇이다.
 
사실 이 답답함은 10년 묵은 체증이다. 정확히는 2012년 5월31일부터다. 이날 LA 부촌 벨에어 럭스호텔에서 '이스라엘 콘퍼런스'라는 행사가 열렸다. 한인 언론으로는 처음 취재해 보도했다.
 
이스라엘 벤처들은 이 행사를 통해 첨단 기술을 미국 시장에 공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 IBM 애플 등 미국 대기업들로부터 매년 억달러 단위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스라엘 원천기술은 미국인들의 생활속에 스며들고 발생한 막대한 이익들은 다시 자국 스타트업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당시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콘퍼런스가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건 '정부-기술-미국내 유대인 네트워크'의 삼각 협력 덕분이다. 먼저 이스라엘 본국 정부는 주LA이스라엘 총영사관과 협력해 미국에 보낼 벤처사를 엄선한다. 벤처사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정부가 보증하는 셈이다. 행사 주최측은 이 벤처사의 성공을 위해 미국내 유대인 네트워크를 이용한다.  
 
투자자로 참석하는 대기업의 실무책임자들은 대부분 유대인들이다. 행사장인 호텔 소유주도 유대인이고 음식마저도 이스라엘 기업 유대인이 운영하는 현지 업체에서 제공한다. 조국이 국가 기조로 내건 '혁신(innovation)'이라는 목표를 향해 똘똘 뭉친 결과다.  
 
유대인들이 얄밉도록 부러웠다. 3년간 매년 행사를 취재하며 여러사람과 인터뷰했다. 도브 모란 CEO의 말은 충격적이다. 그는 'USB 메모리'의 발명가다. 창업 7년만인 2006년 그의 회사를 샌디스크(SanDisk)에 16억달러에 매각해 이스라엘 벤처의 영웅으로 불린다. 세기의 발명가는 김치를 역사적 창조 삼성을 현대의 창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한국은 혁신을 이뤘다"며 "한인들도 '코리아 콘퍼런스'를 못 만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당연한 말에 창피했다. 정부의 무심함은 말할 것도 없고 돈 많다는 한인들은 땅 사고 건물 짓는데만 바빴다.
 
그 후 10년간 '코리아 콘퍼런스'를 가슴앓이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스라엘 콘퍼런스를 벤치마킹하자는 말을 꺼냈다. 듣는 이들은 대부분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지어야 돈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제니 주 대표는 달랐다. 그는 전세계 상위 1% 부자들의 자산 관리업체 전용클럽인 '보어스 클럽'의 비지니스 개발 총괄을 맡고 있다. 이탈리아 사우디 왕족을 비롯해 정재계 유명인사들이 그의 고객이고 오랜 친구다. 그는 "우리도 혁신을 만들어보자"고 산파역을 맡겠다 했다. 빠진 퍼즐이었던 정부쪽 역할은 한국 과학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한국혁신센터 워싱턴 DC'가 힘을 보탰다. 한인사회 최초로 민.관 그리고 미주중앙일보 언론이 만든 행사가 그렇게 탄생했다.
 
이제 갓 출항한 코리아 콘퍼런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없던 길이 생겼다. 사람이 아이디어가 모이고 있다.
 
안개가 10년만에 걷히고 있다.

정구현 / 선임기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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