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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부모와 자식 간은 ‘반촌’<半寸>

‘아들 낳으려고 용쓸 필요 없다. 아들은 장가가면 며느리 남편이고 사돈의 아들이 된다.’ 나는 이런 통념을 믿지 않는다. ‘설마 그럴리가…내 아들은 아닐 거야’라고 믿었다.  
 
직계 계촌법으로 치면 부모와 자식 간의 촌수는 1촌(一寸)이다. 형제끼리는 1촌을 더해 2촌이 된다. 부부는 혈연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0촌, 무촌이다.  
 
타고 태어난 친족의 호칭을 3촌, 4촌, 5촌, 6촌 등 멀고 가까운 단위 개념으로 표시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피의 농도를 단위로 환산해 호칭을 정한 것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자식과 부모 간은 1촌이지만 사실 부모와 자식 간은 반촌(半寸)이라고 한다. 자녀가 부모에게 대하는 정(情)의 단위는 1촌이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대하는 거리는 자식이 대하는 것보다 더 가깝다는 뜻이다.  
 
몇주 전부터 혈압이 올랐다 내렸다 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검진 차원에서 심장도관술검사를 받기로 했다. 건강은 자랑할 게 못 된다. 그동안 성인병 관련 약 복용 전혀 안 한다고 잘난 체 했다. 검사는 조영제를 주입한 후 전신 마취 없이 1~3시간 정도 소요된다.  
 
병원 스케줄이 잡히면 무조건 떨고 긴장한다. 애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들은 위험한 시술 아니고 검사 결과 본 뒤에 필요한 조치하면 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생명공학전공 아나랄까 봐 전문용어로 설명을 한다. ‘나쁜 자식, 듣고 싶은 말은 전문가 견해가 아니라 내 걱정이다’라고 하려다 관뒀다. 촌수가 가까울수록 더 말조심해야 한다.  
 
상처는 가까이서 부대낄수록 골이 깊어진다. 뉴저지 사는 딸은 비행기 타고 허겁지겁 와서 어린 자식 돌보듯 살갑게 챙긴다. 나이 들면 부모가 자식이 되는구나. 자상하기 그지없는 내 반촌 딸은 영원한 동반자다. 아들 말대로 결과는 양호, 혈압약 6개월 복용하는 걸로 진단됐다. 사위는 이참에 스트레스 받는 일 줄이고 운동 좀 하라고  점잖게 타이른다. 잔소리 들어도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아플 때도 가족이 이래서 좋은 거구나.
 
수년 전 드라마 ‘아들과 딸’ 극작가 박진숙 선생이 어쩌다 연결돼 우리집에 놀러오셨다. 소탈하고 구수해서 금방 정이 들었다. ‘아들과 딸’은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딸 후남이 같이 태어난 아들 귀남의 앞길을 막는다며 구박을 받는데 남아선호 사상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최초의 드라마로 꼽힌다.    
 
인연은 바람이다. 붙잡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간다. 인연을 묶는 건 연못에 걸린 달 그림자를 건져 올리는 일이다. 가슴 속 그리움으로 새겨진 달빛을 건져 올리면 인연이 매듭을 짓는다. 유명 인사라서 박 작가를 만난 건 아니다. 이유 없이 계획도 없이 그냥 뵙고 싶어 만났는데 오래  따스한 인연으로 남았다.  
 
자식은 이땅에서 맺은 가장 소중한 인연이다. 피의 흔적을 새기며 사랑으로 둥지 튼 끊을 수 없는 인연이다. 아들이건 딸이건 촌수 안 매기고, 둥지에 가두지 말고, 사랑에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면 언제든지 내 품속으로 돌아온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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