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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잃어 버린 전설

풀먹인 옥양목 같은  
 
카랑카랑한 달빛 먹은 청량
 
목덜미를 감겨 오는 한기가
 
잊었던 그리움들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보고 싶은 얼굴
 
잊지 못했던 옛이야기
 
열병처럼 번지는 그리움에
 
몸살을 앓는다
 
노래를 부를까  
 
그 사람이 부르던 고향노래를
 
그림을 그려 볼까
 
눈빛 마주치면 고개 떨군 미소
 
하모니카 소리를 들으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던  
 
푸른 호수 같던 눈동자의 그녀가
 
막 달려 올 것 같다  
 
옥색 하늘을 높다랗게 걸어 놓으면
 
조개구름 몰려와 목화 밭을 일구던
 
그 가을 날의 전설이 생각난다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하모니카를 불면  
 
아릿한 선율을 타고 막
 
그 옛날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이산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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