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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고마워요, 닥터 컬러

“상태와 증상에 따라  
선호하는 색깔을  
가까이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색깔요법을 적용하면  
신체와 마음이  
치료가 된다고 한다”
 
밝고 연한 연두색 일색이다. 큰 오라버니가 입원 치료 받던 그해 B병원 인테리어 색깔이다. 천장, 벽지, 카펫, 유리창 창살이며 커튼, 창문 셔터, 또 간호사와  테크니션 유니폼까지도 연두색이 주된 색깔이다. 독일과 자매결연한 이 병원에 들어서면 유리창이 높고 많아 환한 내부부터가 온통 일류 호텔 같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 와 보는 환자 방문객까지도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진다고들 한다.  
 
이런 실내 분위기에 뛰어난 의료진과 친절한 직원들의 태도가 환우의 고통을 완화시키고 회복을 분명 앞당겨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세상이 변하여 편리한 차만 타고 다녀서인지 성인병 또한 많은 세상이 되었다. 대응하는 테라피도 그만큼 많고 다양해졌다.  
 
컬러테라피(Color Therapy)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이와 관련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지친 몸을 회복시키고 면역력, 저항력을 증강시켜 노화 방지에도 효과를 내는 새로운 의료 분야이다. 병원 실내를 안정감과 쉼을 주는 색깔로 꾸민 공간이 치유 개념과 무관하지는 않는 것 같다. 흔히 초록과 연두 등 생명 색에 포함시키는 그 부류의 컬러를 선택한 것만 봐도 그렇다. B병원은 분명 앞서가고 있는 최첨단 차원이었다.  
 
한 달 넘게 서울 체류 병간호 기간을 끝낼 즈음 연두 색상에 온통 마음과 몸이 젖어 있었다. 매일 방문한 그 병실 실내 색깔에 물들어, 짜면 연두 물감이 내 몸에서 주룩 흘러 내릴 것 같았다. 병세가 호전의 기미를 보이자 나는 LA로 돌아왔다. 마침 5월 말이라 남가주 LA는 초록 바람이 너풀너풀 불어댔다.
 
가까운 학교 선배 한 분이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딸이 소식을 전해주었다. 혼자된 후라 그 선배는 심리적으로 외로움을 견뎌내며 자주 울기도 했다. 딸의 말을 빌리면 수면부족으로 접시를 놓쳐 떨어뜨리고 넘어지면서 이마도 박아 찢긴 적이 있다 했다. 응급상황도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동부 직장으로 돌아간 딸의 부탁으로 선배를 모시고 나는 병원으로 갔다. 담당 의사 소개를 거쳐 신경과 의사와 상담을 하게 되었던 날이었다. 진정제 약처방과 간병인 사람 처방을 받았다. 천경자 그림을 좋아하는 선배는 색깔 테라피를 소개 받았다. 서울의 B병원이 떠올랐다. 의논 후 그 후 하나하나 부엌 가제 도구를 연두색깔로 바꾸어 안정감을 시도해 드렸다. 부엌 벽에 거울을 달아 환함과 트인 넓은 효과를 시도 했다. 시간이 흘렀다. 그 온실 같은 아늑한 부엌에서 이제는 커피도 내리고 토스트도 손수 해 드신다. 커피 머그잔이며 또 키친타월까지 연두색으로 바꿔 드렸다.  
 
이곳 코리아타운 상점에는 치료에 맞는 각가지 색깔의 가정용품, 부엌 도구들이 많았다. 집주인 선배는 연두색을 갈아입은 부엌에서 이제는 간단한 음식을 쉽게 만들 만큼 호전되었다. 옆에서 자주 소식 듣고 지켜도 보는 나 역시 무척 기뻤다. 베란다에도 초록 식물가족 화초들을 배치해 놓았다고 한다. 구석구석 생명 기운이 뿜어나오는 듯 컬러 치료라는 게 바로 이런 건가, 심리적으로 이렇게 한 몫을 감당할 줄은 기대 이상이었다.
 
컬러 요법은 말 그대로 색깔을 이용하는 전문치료법이다. 색깔에 있는 각각의 강력한 고유 파장과 에너지를 이용해 신체와 마음을 치료하는 원리란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각의 인식을 통해 뇌 호르몬을 유도해서 힐링에 이르게 하는 색깔요법이라는 것이다. 내가 봐도 이 요법 기능이 적중한 게 바로 선배의 경우 같다.  
 
서울의 B병원 인테리어나 선배의 공포증 해소 케이스만 봐도 그렇다. 색깔요법은 신체, 정신, 감정이 조화를 이루게 하여 통합 치유에 다가가게 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것이다. 그 효과가 참으로 신기했다. 내가 외출할 때 밝은 옷을 입으면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는 자가치유 이치와 다를 바가 없다. 자신의 상태와 증상에 따라 선호하는 색깔을 가까이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색깔요법을 적용하다보면 다운되는 사람의 하루하루도 업될 수 있다는 결론이 선다. 곱고 밝은 색깔의 옷을 입고 어울리는 스카프 액센트로 외출을 허거나 어울리는 색채의 가방이나 신발을 착용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 모두가 색깔 테라피를 바탕으로 컬러 힐링 접근이 아닐 수 없다.
 
힐링이란 말은 듣기에도 참 좋다. 힐링의 효과를 극대화해서 생명 체험에 이르게 해서 일까? 음악을 통하면 음악 치료, 시를 통하면 시 치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많이 보급 적용되고 있는 이 컬러 치료야말로 일상에 적용하기 아주 쉬운 처방이다. 대박이다. 의식주 안에 있는 조화있는 색깔의 기능에 접근, 조절 적응하는 게 힐링의 지름길이다.  
 
비 온 후 하늘에는 무지개, 지상에는 사계절 꽃, 채소, 과일 등 자연은 절묘한 색깔 공동체의 아름다운 파장을 보내온다. 다양한 색깔로 생명 경이에 참여하도록 인간에게 접근 방법을 사계절 이렇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빛이 있어 세상을 밝혀 반사하고 꺾기고 분산하여 또 세상을 품어 흡수하기도 한다. 빛은 생명이다. 빛은 에너지다. 빛의 직진으로 다 내뱉고 또 다 흡수한다. 모체 색깔로 자연 안에는 자연 치유가 숨어 있어 힐링의 근원을 이루는 원리가 쉽게 파악되었다. 우리 인간 몸 안에 자연치유력을 입력, 내재시켜 놓은 게 창조주의 본래 의도인 것이다. 지금 선배는 생명 색깔 사이를 춤추듯 오가며 회복기를 살고 있다. 햇빛 받으며 공원을 산책할 정도로 선배는 건강해졌다. 고마워요, 닥터 컬러!

김영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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