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박 영어 못해' 비하 발언 파문
연방하원 경쟁 제이 첸
"이해하려면 통역 필요"
민주당 소속 대만계 2세
"첸, 물러나야" 목소리도
대만계 2세인 민주당의 제이 첸(44) 후보는 지난 7일 오렌지카운티 파운틴밸리의 한 유대교 회당에서 유세 중 박 스틸 의원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첸은 “최근 그(박 스틸 의원)가 또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그런데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말한 것을 고쳐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박 스틸 의원이 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통역이 필요하다. 그가 말을 많이 할수록 우리 팀에 유리하다”고 비꼬았다.
박 스틸 의원은 즉각 첸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에 살면서 많은 인종차별 공격을 받아왔지만, 결코 나의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 꿈을 꺾지는 못했다”며 “제이 첸 후보가 나의 영어 발음을 비난한 것은 나 개인에 대한 공격보다는 모든 이민자를 향한 인종차별 공격이었다. 강력히 규탄받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박 스틸 의원 캠페인 대변인도 “미국은 이민자들이 건국한 나라다. 미셸 박 스틸은 한인 이민 1세로서 영어가 그의 세 번째 언어”라며 “이번 제이 첸의 발언은 역겨운 인종차별이며 이런 발언은 우리 커뮤니티에 발 디디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첸은 중국공산당의 공자학원을 우리 교육 시스템에 도입해 줄곧 비난받고 있다. 이번 비하 발언은 물론, 공자학원 지지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기사 3면〉
첸 후보는 지난 2010년 하시엔다 라푸엔테 통합교육구 교육위원으로 재직하면서 교육구에 공자학원을 도입했다.
공자학원은 표면적으로 중국 국제중국어교육재단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중국공산당의 대외선전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도 첸 후보 발언에 분노했다.
케빈 맥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첸 후보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연방의회캠페인위원회(DCCC)는 박 스틸 의원을 상대로 인종차별 발언을 한 제이 첸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 철회하지 않는다면 DCCC는 첸 후보 말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셸 스틸은 모든 1세 미국인 이민자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분이다. 그와 함께 오랫동안 연방의회에서 같이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첸 후보는 지난 3월 줌 미팅에서도 박 스틸 의원 발음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그는 “박 스틸 의원 말은 알아듣기 힘들다”고 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폭스뉴스, 내셔널리뷰 등에서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내셔널리뷰는 “박 스틸은 서울 출생으로, 14세 때 일본으로 건너간 뒤 미국에서 페퍼다인대를 거쳐 USC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며 “2020년 9월 인터뷰 때 박 스틸 당시 후보는 자신의 영어 액센트 때문에 출마를 망설였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메시지에 주력하며 현역 의원(할리루다)을 물리쳤다”고 전했다.
제임스 안 LA한인회장은 “같은 아시안을 상대로 인종차별 발언을 한 점이 상당히 실망스럽다. 오히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님에도 연방의회에 진출한 박 스틸 의원을 우리가 모두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이다”며 “아무리 정치판이지만 상대 후보의 영어 발음을 놓고 비하한 첸 후보의 선거전에 아시안뿐 아니라 모든 이민자 커뮤니티가 실망했을 것으로 본다. 이민 2세인 첸 후보가 부모 세대를 비하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스티브 강 한미민주당협회장도 “정치 캠페인이 치열할 수 있지만 같은 아시안 후보로서 상대방 영어 발음을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원용석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