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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왜곡된 ‘인종 정의’에 분개한 아시안

장열 사회부 부장

장열 사회부 부장

왼쪽으로 급격히 치우친 도시 샌프란시스코가 뒤집어졌다. 주민들이 샌프란시스코카운티 교육위원 3명을 압도적 비율(각각 70% 이상)로 소환했다. 지난 1983년 다이앤 파인스타인 당시 샌프란시스코 시장에 대한 소환 실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교육위원 소환을 두고 보스턴 헤럴드는 ‘축출(ouster)’이라고 표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에 대한 경고 신호(warning sign for Democrat)’라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왜곡된 ‘인종 정의(racial justice)’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 중심에는 샌프란시스코 인구의 34%를 차지하는 아시안 유권자들이 있다. 소수계인 아시안이 왜 인종 이슈에 분노했을까.
 
팬데믹 사태 당시 샌프란시스코 지역 아시아계 학부모들은 교육위원회 행태에 지속해서 불만을 표출했었다. 원격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학생들의 학업 및 정서적 피해가 누적되고 있음에도 교육 위원들은 대안 제시는커녕 지엽적인 일에만 힘을 쏟고 있었다.
 


당시 교육위원회는 44개 공립 학교 교명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조지 워싱턴 등 인종주의와 관련 있다고 여겨지는 정치인의 이름을 삭제하는 데 집중했다. 심지어 삭제 대상에는 미국 국가를 작곡한 프랜시스 스콧 키도 포함돼 있었다.
 
북가주 지역 명문 학교인 로웰 고등학교도 논란이 됐다. 이 학교에는 우수한 아시아계 학생이 많다. 그러자 교육위원들은 갑자기 입학 시스템 변경을 결정했다. 흑인 학생 비율을 강제로 맞추기 위한 조치였다. 이로 인해 아시아계는 열심히 노력해 좋은 성적을 받더라도 오히려 인종 때문에 입학이 어렵게 됐다. 아시아계 학부모들이 격분했고 결국 교육위원을 소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요즘 교육계에서는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CRT)’이 심각한 논란이 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교육위원들이 인종 문제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된 사상적 배경에도 CRT가 있다.
 
CRT는 미국 역사를 소수자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재해석한다. 미국 사회의 각종 차별은 개인의 편견이 아닌 제도 또는 사회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다는 이론이다. 언뜻 보면 그럴싸한 주장 같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오히려 분열과 반목을 촉진하고 있다. CRT 교육은 자칫 사회 전반을 인종적 구도로만 인식하게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CRT는 전적으로 인종(피부색)이 해석의 잣대이자 중심이다. 사회 전반의 현상을 인간의 행동, 양식, 가치관, 성향 등을 통해 다각도로 해석하지 않는다. CRT에 의해 인종적 관점에서만 미국 사회를 정의하다 보면 특히 백인은 제국주의 시절부터 유색 인종을 억압하는 지배자 또는 착취자로만 규정된다.
 
그것만으로 시대를 해석하면 오늘날 사회를 특정 인종에 의해 구성된 부조리한 제도로 인식하게 된다. 모든 게 차별적 요소로 규정되기 때문에 소수 인종은 시스템에 의한 피해자 또는 피지배자라는 시각에 함몰된다.
 
이분법적 사고는 인식을 편협하게 가른다. 백인은 무조건 다 나쁜가. 흑인은 다 좋은가. 아시안은 다 똑똑한가. 피부색으로만 판단, 규정될 수 없는 게 인간이다.  
 
개개인이 모여 구성된 사회를 인종으로만 해석하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 CRT에는 다양한 사회를 한 가지 시각으로만 판단하게 하는 오류가 존재한다. 자칫 인종에 대한 편협한 고정관념이 고착될 위험이 있다.
 
지난 6일 플라센티아-요바린다교육구는 처음으로 오렌지카운티 내에서 CRT 교육을 금지했다. 비판적 인종 이론이 진정 한인 등 아시안을 위한 사상 같은가. 보기 좋게 포장된 이론만 수용하지 말고 이면의 내용을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번 샌프란시스코의 교육위원 축출 사태는 CRT 사상의 심층을 보게 하는 사건이다.

장열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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