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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영화 ‘대부’와 할리우드 반세기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저는 미국이 자랑스럽습니다.”
 
이 영화의 팬이라면 눈치챘겠지만, 모두 ‘대부’의 대사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가족을 통해 마피아의 세계를 그린 이 영화는 미국에서 1972년 개봉해 엄청난 호평과 함께 기록적인 흥행 성공을 거뒀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널리 회자하는 것은 대사만이 아니다. 말런 브랜도가 연기한 ‘대부’ 비토 콜레오네의 카리스마, 가업을 멀리하려다 결국 아버지를 이어 비정한 대부가 되는 셋째 아들 마이클 콜레오네의 변신을 비롯해 캐릭터와 연기, 장면과 촬영, 연출과 원작 등 얘깃거리가 넘쳐난다.
 
이제는 전설이 되다시피한 제작과정도 마찬가지. 마이클 역의 알 파치노처럼, 코폴라 감독이 낙점한 캐스팅 대부분이 영화사 파라마운트의 반대에 부딪혔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다. 1편의 대성공 덕에 3편까지 만들게 되지만, 코폴라도 처음부터 이 영화를 내켜 하진 않았다. 젊은 신예였던 그를 추천한 사람은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파라마운트 간부 피터 바트. 직전에 마피아 영화 여러 편이 흥행에 참패한 데다, 폭력과 범죄를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십상인 소재라 이미 여러 감독이 연출을 거절한 뒤였다.
 


코폴라는 자신의 영화사 조트로프가 한창 돈에 쪼들리고 있던 상황이라 연출을 맡긴 했지만, 그의 비전은 파라마운트와 수시로 부딪혔다. 나중에 피터 바트가 밝힌 바에 따르면 파라마운트는 몇 번이나 코폴라를 해고하려 했단다.
 
이런 와중에 요즘 말로 ‘영혼을 갈아 넣어’ 영화를 만들었으니 코폴라 감독이 대단해 보일 수밖에. 새삼 눈에 띄는 것은 또 있다. 당시 할리우드가 황금기를 누리기는커녕 나날이 극장 관객 수가 줄어드는 힘든 시절이었다는 점이다. 그 중에도 파라마운트는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마침 베스트셀러 원작의 영화 ‘러브 스토리’로 뜻밖의 대성공을 거둔 이후 또 다른 베스트셀러를 찾아 영화화에 나선 것이 ‘대부’였다고 한다.
 
이처럼 우여곡절 속에 탄생한 ‘대부’는 명실상부 할리우드의 걸작으로 대접받는다. 50주년인 올해 파라마운트는 3부작을 최신기술로 복원한 고화질 버전을 내놓았다.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은 코폴라 감독과 알 파치노, 2편에서 비토 콜레오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로버트 드니로 등 세 사람을 무대에 세워 50주년을 기념했다.
 
할리우드가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처럼 자신의 자랑스러운 유산을 끊임없이 불러내는 점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전통적인 할리우드가 아니라 넷플릭스 같은 OTT가 주도하는 지금 시대의 영화도 몇십년 뒤, 이를 기념하게 될까. 극장 재개봉이나 DVD 한정판 발매 같은 방식이 그때에도 통할까.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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