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마리화나에 대한 진실과 오해
‘마리화나는 중독성이 약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자면, 원래부터 의료용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마리화나 성분 중 CBD, 칸다비디올이 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관절염과 같은 만성 통증 질환자나 암환자들의 통증을 줄여줄 수 있다. 하지만 ‘먹으면 사망한다’고 알려진 위험한 약물 중 하나인 펜타닐도 말기 암환자 등 중증질환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만든 진통제다. 모르핀, 암페타민, 엑스터시 등도 모두 의료 용도로 합법이지만 일반인에겐 불법이다. 즉, 약물의 종류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건강식품으로 복용하는 헴프시드를 위한 ‘헴프(Hemp)’도 있다. 마리화나 판매 인증을 받아 합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업소에서는 그래도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적정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위험 물질을 포함한 마리화나도 있다는 사실이다. 흔히 한국에서 마약 하면 떠올리는 것이 ‘뽕’. 즉 환각작용인데 마리화나에는 ‘THC’ 성분이 환각작용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 물질의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정의 증폭이 걷잡을 수 없게 되며 장기 복용 시 ‘단기 기억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선 법으로 허용하는 기호 마리화나에 THC가 회당 최대 5mg을 넘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불법 업소에서 운영하는 마리화나에는 봉지당 600mg 이상이 들어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전 기준치의 무려 100배 이상이 함축돼 있으니 환각 작용이 얼마나 심각할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심지어 마리화나가 합법인 네덜란드에서 마약중독자의 4분의 1이 마리화나 중독자다.
마리화나가 중독성이 약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담배, 술보다 의존성이나 독성이 낮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약이라는 것은 의존성과 독성만으로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약에는 마리화나보다 더 약한 종류도 많다. 설사 금단증세가 담배보다 약하더라도 정신적 의존성이나 위해성은 담배보다 심각하고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충분히 중독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신체기관이 아직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영유아나 청소년들에게 마리화나는 중독 증상으로 치명적일 수 있다. 프랑스 소아과의학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5년까지 마리화나 중독 증세를 보여 응급실에 실려간 6세 미만 어린이가 235명에 달한다. 2012년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셋(Lancet)’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영국 의과학자들이 담배, 알코올, 마리화나 등 20개 물질에 대해 평가를 시행한 결과 마리화나가 ‘중급’에 속하는 마약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속칭 물뽕이라 불리는 ‘GHB’, 환각버섯 등보다도 마리화나가 높은 수준의 해악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마리화나로 인해 운동능력이 감소해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독일의 연구 결과도 있다.
마리화나가 합법인 주에서도 21세 이상 성인들에게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청소년의 마리화나 중독은 분명 위험한 경고다. 이 메시지엔 다른 의도가 없으며 수많은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경고다. 여전히 연방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마리화나를 마약으로 분류해 거래를 막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희정 / JTBC LA특파원·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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